[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김환표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09-14 09:00 수정일 2020-05-29 11:56 발행일 2019-09-11 99면
인쇄아이콘
2019091101000940900041161

'직원 최우선'의 기업은 어떻게 성공했나

이번 책은 김환표의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글로벌 선진기업들 가운데 특히 직원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기업들의 조직문화와 그 기업 창업주들의 경영철학을 소개한다. 직원 우선의  문화를 뿌리 내린 기업들이 얼마나 성과를 내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지를 실제 사례를 들어 자세하게 소개한다. 최고경영자는 물론 중간 간부들이 읽어도 도움을 얻을 듯 싶다.

◇ 총평

디즈니에 인수되었지만, 사실상 디즈니를 인수한 픽사, 갑질 고객을 잃기 보다 스트레스 없는 직원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사우스웨스트, CEO를 직원들이 선거로 뽑는 ‘고어 택스’로 유명한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모두 직원이 고객 보다 더 소중한 자원이라는 경영철학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국내에도 말로는 직원 만족, 직원 감동을 외치는 기업들이 많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목도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최고경영자의 솔선수범과 직원들의 협업 정신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 베껴두면 유익할 내용들 

창작의 가치를 위해 자율 보장하고 칸막이를 깬 픽사

* 디즈니를 접수한 픽사 - 표면적으로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것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픽사가 디즈니를 인수한 것이다. 픽사의 CEO 에드 캣멀이 픽사-디즈니애니매이션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 집행부사장이었던 존 래시터가 최고창조책임자를 맡기로 한 것도 그렇지만, 픽사의 문화가 디즈니로 전수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픽사가 디즈니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내민 7쪽짜리 ‘5개년 사회계약’ 문서의 초안에도 직원 보상과 복지, 창작의 자유 누릴 권리 등 픽사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되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디즈니는 흔쾌히 양보했다. 

* 픽사 CEO 에드 캣멜의 ‘서번트 리더십’ -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을 섬기는 서포트형 리더십을 중시해 “좋은 아이디어 보다는 좋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라”, “명심하라. 사람이 아이디어 보다 중요하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를 모토로 삼았다. 덕분에 픽사 작품은 ‘집단 지성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직원과 임원의 거리를 만드는 비서실을 해체했고, 자신을 포함한 임원들의 공간을 직원들 사무실 한 가운데에 비치해 늘 소통이 이뤄지도록 했다. CEO의 역할은 위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했다.

* 칸막이 깬 협업의 상징 ‘픽사 대학’ - 픽사의 협업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토이 스토리가 개봉된 이듬해인 1996년에 직원들의 제작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10주짜리 사내 교육 프로그램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팀과 여러 직급 사람들이 어울려 협업토록 한 것이다. 픽사 대학 건물에는 라틴어로 이렇게 씌여 있다. ‘Alienus Non Diutius’(더는 혼자가 아니다). 이른바 ‘칸막이 문화’를 무너트린 것이다.

* 플러싱 피드백(plussing feedback)과 두뇌위원회 - 월트 디즈니가 영화나 놀이기구 등의 아이디어를 개선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대해 가혹하거나 비판적인 언어를 자제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해 상대방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피드백 방식이다. 픽사가 구현하고 있는 플러싱 피드백의 원칙은 ‘그렇습니다. 그리고(Yes and)’ 두 단어로 요약된다. 픽사는 최고경영진이 모여 작품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두뇌위원회(Brain Trust)가 있다. 이 자리에선 누구나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하지만, 어느 누구도 감독에게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현장의 자율권과 책임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

갑질 고객 잃더라도 직원을 먼저 구하는 사우스웨스트

* 사우스웨스트 ‘10분 턴어라운드의 기적’ - 이 항공사는 승객이 내린 뒤 다시 새 승객을 태우는 시간을 10분 안에 끝낸다. 비행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을 경쟁사의 6분의 1로 줄임으로써 1대당 하루 운항 횟수를 늘려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못해”, “그건 내일이 아니야”라는 두 가지는 이 회사에서 금기다. 

* 사우스웨스트 조크 - ‘웃다 보면 어느새 도착합니다(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는 표현은 어느새 사우스웨스트의 대표적 표어로 자리잡았다. 떠드는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서 놀아라”하고 말하고, 비행 출발이 지연되면 공항에서 보물 찾기 게임을 펼쳐 고객들이 지루함을 달래주는 회사다. 조종사들이 청소를 거들고 휠체어를 함께 실어주는 모습이 일상이다.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그런 기업문화가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 갑질고객 잃어버리더라도 직원 지키기 - 근거없는 항의를 계속하거나 갑질하는 고객 명단 종합해 올리면 사우스웨스트의 공동 창업주인 허브 캘러허는 이런 문자를 고객에게 보낸다. “고객님이 그리울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소중한 고객을 잃는 것보다 직원들이 보다 자유로워 지길 원한다. 이 회사는 ‘채용’이라고 표현 않고 ‘입양’(adoption)이라 표현한다. 가족이 된다는 의미다. 9.11 테러 대도 유일하게 직원 구조조정 않고 버텼고 이익을 냈다.

* 웨그먼스 효과(Wegmans Effect) - 웨그먼스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이다. 매장 수는 100개 남짓이지만 평방미터당 매출은 14달러로 업계 평균인 9.29달러를 압도한다. 유기농 채소를 비롯해 프리미엄급 식품만 취급하지만 품목 수는 업계 평균 대비 40% 가량 많은 6만개에 달한다. 깐깐하고 모든 식품에 영양 정보 표기하고 지나칠 정도로 신선도 유지에 집착한다. 신규 점포도 1년에 두 곳 정도로 제한한다. 웨그먼스 효과란, 높은 임금 등 직원에 대한 좋은 처우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여 결국 매출 증가와 이익 증가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웨그먼스가 그렇다.

* CEO를 직원선거로 뽑는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 고어텍스를 생산하는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2004년 말 CEO 척 캐럴이 퇴사하자 직원들에게 가장 따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설문을 돌려 테리 텔리를 4대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창업자 윌버트 고어의 4대 경영철학은 인간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작은 조직에서 오히려 강한 힘이 나온다고 확신하며, 모두 함께라는 정신으로, 장기적 시각으로 경영한다는 것이다. 직원이 250명이 넘으면 권위주의를 우려해 공장 쪼개기를 한다. 수평적 팀워크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또 ‘장난 시간(dabble time)’이라는 것이 있다. 일주일에 반나절 동안 기존 업무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엘릭시르’ 기타줄과 같은 대박 혁신 제품이 탄생했다.  

도박을 해서라도 직원 월급 만들어야 했던 페덱스 창업자

* 도박으로 직원 월급 조달한 페덱스 창업자 - 1997년 세계 최대 물류회사 UPS 노조가 파업한 것을 계기로 페덱스는 1위 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 경쟁사 파업으로 생긴 배상 부담을 전 직원이 밤을 새가며 해결하는 애사심으로 극복했다. 창업자 프레드 스미스의 ‘직원 제일’ 경영철학은 유명하다. 창업 초기인 1970년대 초반에 직원 월급도 줄 수 없는 극한 상황이 오자 스미스는 단돈 5000달러를 갖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도박으로 2만7000달러를 만들어 월급 문제를 해결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 복지가 최우선이라는 믿음이 도박을 가능케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자신과 임원 급여은 줄이되 현장 시간제 근로자들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끈끈한 노사관계가 일등 페덱스의 원동력이다.

* 이노베이션 컨설팅 기업 지향하는 아이디오(IDIO) -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는 단순한 디자인 회사 아니라 기업의 전채적인 경영전략까지 짜주는 종합 컨설팅 회사를 지향한다. 회사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공간을 직원들 카페나 자료실 등으로 꾸민다. 데이비스는 ‘건설적인 실패’를 장려한다. 그만의 ‘FLOSS’ 이론은 실패하자(Fail), 삐딱이가 되자(be Lefthanded), 밖으로 나가자(Get out There), 깔끔한 척 말자(be Sloppy), 멍청해 지자(be Stupid)이다. “빨리 실패하라. 그러면 더 빨리 성공할 것이다(Fail often to succeed sooner)”를 혁신의 모토로 삼는다. 헛스윙을 두려워한다면 결코 홈런을 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아프면 쉬어라’ 구글이 벤치마킹한 SAS의 복지 시스템 - 창업자인 제임스 굿나잇은 본사 전체를 거대한 공동체로 만들었다. SAS캠퍼스라고 부르는 본사는 여의도 절반(120만평) 크기라고 한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기초 교육기관이 모두 갖춰져 있다. 사내에 SAS인스쿨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교육과정을 새로 개발하고 인트라넷 통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를 묶어 개별 학생의 교과 진도를 손쉽게 도와 준다. 병가제도를 혁신해 몸이 아프면 그냥 쉬게 한다. 날짜 제한도 없다. 굿나잇의 경영 모토는 ‘행복한 젖소가 건강한 우유를 만든다(Contented cows give moremilk)’이다.

동료 얼굴 띄우고 이름 맞취야 로그인되게 만든 자포스

* 동료 압박(peer pressure) - 조직 구성원들이 알아서 신뢰 문화를 좀먹는 사람의 행위를 적극 대처해 자율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고어나 SAS 등 직원 우선 기업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위계질서와 서열이 없어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상사의 입박 보다 동료들의 압박이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이다. 직원들에게 막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무임승차 직원이 없도록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지식공유로 ‘특허왕국’ 이룬 3M - 3M이 지닌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공식 비공식 네트워크가 ‘테크 포럼’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조직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했다. 3M의 특허 가운데 80% 이상이 2명 이상의 발명가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협업과 이종교배의 시너지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 자포스의 ‘얼굴 게임 로그인’ - 직원들 간의 소통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흥미로운 로그 인 시스템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대신 로그인 과정에서 초기 화면에 무작위로 선택된 동료 직원의 사진 띄운다. 사지선답 형으로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답해야 로그인이 가능하다. 이런 우연한 만남을 촉진하면서 직원 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 직원이 회사의 전부라는 미라이공업 - 전 직원이 정직원이고, 70세 정년과 종신고용이 보장된다. 물론 정리해고도 없다. 야근과 휴일 근무도 없다. 강제로 노동을 시키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야근을 해야 한다면 전기요금을 야근자들이 부담케 한다. 오래 일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CEO는 가장 중요한 임무가 직원을 감동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에는 ‘500엔 개선제안제’라는 것이 있다. 직원이 제안서를 내기만 해도 무조건 500엔을 지급하는 제도다. 월급에 대한 불만이나 상사 욕 만 쓰지 않으면 그냥 지급된다. 덕분에 미라이공업 제품은 무려 90%가 특허를 갖고 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