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韓기업들 내편에 서라"…미·중 통상분쟁 '최악수' 현실화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6-09 14:31 수정일 2019-06-09 14:32 발행일 2019-06-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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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3월13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1862 패션아트센터’에서 주요 거래선과 미디어를 초청해 ‘QLED 8K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사진제공=삼성전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에서 ‘등’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미·중 통상분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양국 간 ‘줄서기’ 압박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얼마 전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하자, 중국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게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경제 관련 핵심 부처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와 상무부 등은 지난 4일과 5일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 델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진출 기업들을 불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기술거래 금지’ 조치에 동참, 협조할 경우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화웨이의 글로벌 공급망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을 제외한 제3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에게는 현재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경우 별 다른 손해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 된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조치는 앞서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에 이어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데 대한 보복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화웨이 제재’ 이후 구글 등 기업을 앞세우거나 애플,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이 가입된 글로벌 단체들에 대한 측면 압박을 통해 화웨이 배제를 통한 ‘내편 만들기’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이 동맹을 이유로 ‘화웨이 제재’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에 통신장비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로선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의 비중이 2017년 78.9%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상품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28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을 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제3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컴퓨터, 전기전자 제품 등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 전체 GDP(2015년 기준) 가운데 중국의 대미 GDP와 연관된 부분의 비율이 0.8%로 대만(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