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개인정보 활용 법제화?…갈길이 먼 보건의료 빅데이터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9-04 17:02 수정일 2018-09-04 17:02 발행일 2018-09-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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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쓰는 나라로'
문 대통령,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쓰는 나라로’ (연합)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 법제화를 발표한 가운데 보건의료산업계는 미미하나마 숨통은 트였지만 ‘한계는 여전하다’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데이터들과는 달리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용해야 하는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에 정부·병원 등은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국내 의료데이터의 비표준화 및 데이터 질의 부실함으로 활용도가 떨어져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업계는 정부의 이번 개인정보 활용안 발표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는 물론 사회적 합의 없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업발전은 요원해 보인다고 내다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 데이터는 공공데이터와 병원 별 데이터 모두 정보기록이 각각 다른 기록 체계를 운영 중이며 환자 데이터를 병원 밖으로 유출할 수 없는 의료법 등의 규제로 한계에 처해 있다.

그나마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은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질병관리본부·국립암센터의 분산된 공공데이터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된 비식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관별 연계 작업을 통해 분산된 정보를 개인단위로 연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동안 할 수 없었던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데이터의 질적 문제를 거론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 의대 교수는 “이번 시범사업은 개인정보법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일보 진보한 것은 맞지만 공공데이터 간의 연결 외엔 그 이상의 의미도 없어보인다”며 “생각보다 많이 허술하고 신뢰도가 낮은 공공데이터로 많은 것들을 도출해내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깊이 없는 정보로 힘을 빼기 보단 이런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해야 더 발전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시범사업에 큰 기대가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활용성 있는 빅데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이 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연결하는 것으로만 그치게 돼 그 이상 발전이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빅데이터 전문가는 “해외에서도 우리 의료데이터를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며 “빅파마(글로벌 제약사)들과 데이터 협력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등 기업 입장에선 기회가 있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개인정보에 따른 많은 문제발생에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공공-민간과 사회적 합의가 되는 순간 모든 실타래가 풀리며 세계 의료 빅데이터 분야를 선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국내 의료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환자·국민들의 신뢰구축이 단계적으로 이뤄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들은 규제로 막혀있던 빅데이터 관련 정책들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세상네트워크·건강과대안 등 13개 유관 시민단체들은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공익적 연구 등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개인 정보인권 침해가 발생할 불안과 우려는 크다”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정장치를 요구한 바 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