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성체 훼손 처벌, 법 조항 없어 어려울 듯…천주교 “‘교황청’에 보고 예정”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7-12 14:00 수정일 2018-07-12 14:02 발행일 2018-07-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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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에 게시된 가톨릭 성체 훼손 논란사진.(연합)
워마드에 게시된 가톨릭 성체 훼손 논란사진.(연합)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온 천주교 성체(聖體) 훼손 사건에 대해 ‘법적 제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주교 측은 규정상 절차를 밟아 해당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법적인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며 워마드 성체 훼손 및 모독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주교회의는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지극한 공경의 대상”이라며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을 촉구하고 나선 주교회의의 입장과 달리, 워마드 회원의 성체 모독 사건은 현행법상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마땅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소재 변호사 A씨는 “해당 행위는 더할 나위 없이 못된 행위이지만, 법적 처벌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당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A씨에 따르면 현행법상에서 해당 사건에 관련 지을 수 있는 현행법상 죄목은 업무방해, 명예훼손, 모욕죄 총 세 항목이다. 그러나 세 죄목 모두가 워마드 성체 훼손 사건에 적용하기 알맞지 않다.

가령 업무방해에 관해서는 위계(기만)와 위력(폭력)이 범죄 성립의 요건이다. 그러나 성체 모독 게시물은 기만이나 폭력에는 해당하지 않는 일종의 표현이라는 것이 A씨의 견해다.

명예훼손죄의 경우 허위든 실제든 우선 사실을 적시해야 범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성체 훼손 게시물은 사실에 대한 서술이기 보다는 자기자신의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간주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모욕죄는 대상이 사람이어야 하고 특칭 될 수 있어야 한다. 천주교 신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나 교회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교회의의 입장에 따르면, 워마드 게시물이 사람을 특칭 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현재 우리 사이에서 생존해 있는 구체적인 인물은 아니다.

A씨는 “법은 우리 사회를 규율하는 여러 수단 중 적용범위가 가장 좁은 것”이라며 “해당 사건은 법 보다는 도덕과 종교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제제를 가하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규정상 바티칸 교황청의 담당부서로 보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안은 ‘사도좌(使徒座)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제’ 대상인데, 이는 오직 교황만이 처벌을 해제할 수 있는 무거운 징계사안이란 뜻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성체 성사는 세례 받은 신도에 한해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현재 누가 저지른 사건인지 파악되지 않았으나, 그는 자동적으로 파문(공동체로부터 배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파문은 ‘교류를 끊는 다’는 뜻으로, 다른 신자와의 일체의 교류의 금지, 교회로부터의 배제를 의미한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