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家 ‘갑질’ 이명희 영장 기각 “다툼 여지 있어”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6-05 09:37 수정일 2018-06-05 10:15 발행일 2018-06-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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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영장 기각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연합)

공사장 근로자와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과 손찌검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하고 이날 오후 11시 넘어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 중이던 이 전 이사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오후 11시 40분 경 풀려나 귀가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 전 이사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하거나 손찌검을 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과 검찰, 세관, 출입국당국 등에서 전방위로 진행 중인 한진그룹 수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물벼락 갑질’의 당사자인 한진 일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기각된 바 있다.

한진가는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전 이사장 외에 조현아·조원태 등 한진 일가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법적 대응에 더욱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구속은 피했지만 이 전 이사장 역시 밀수, 탈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세관·출입국 당국 등의 수사·조사를 함께 받고 있는 상황이라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