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코드인사, 친정부 사외이사 대거 포진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3-14 17:00 수정일 2018-03-14 17:10 발행일 2018-03-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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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금융, 신규 사외이사 11명 후보군 선정 마무리
親 정부 인사 대거 포진…당국 지배구조 견제에 관계 개선 나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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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들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군 선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친 정부 인사로 꼽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진 왼쪽부터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정구환 변호사(KB금융지주), 박시환 전 대법관(하나금융지주), 박병대 전 대법관(신한금융지주).

주요 금융지주들이 다음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의 후보군 선정작업을 마쳤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인사들이 정부와 연이 닿아있는 ‘코드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들을 통해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24명 중 20명의 임기가 이달 중 종료된다. 이에 이들 금융지주는 11명의 새로운 사외이사후보군 선정을 마무리했다.

구체적으로 KB금융지주는 7명 중 6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3명을 교체한다.

신한금융지주는 8명의 임기가 끝나고 3명을 교체하며, 하나금융지주는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5명의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임키로 했다.

이들 금융지주들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들 추천 배경에 대해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인사들을 추려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와의 연줄을 잇기위한 ‘코드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KB금융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된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여기에 지난 1994년 논문을 함께 집필하는 등 인연을 이어갔다. 정구환 변호사 역시 경기고 출신이며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으로 일했다.

또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후보로 내건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12기 사법연수원 동기다. 하나금융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박시환 전 대법관 역시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며 변호사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당시 대통령 대리인단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금융지주를 제외하고도 금융권에서는 친 정부 인사가 사외이사로 연이어 선임되고 있다. 일례로 IBK기업은행은 김세형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언론자문단 자문위원과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민금넷)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금넷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던 단체라는 점에 비춰보면 친정부 인사라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됨에 따라 ‘물갈이’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상됐다”면서도 “특히 이번 사외이사 후보군 면면을 살펴보면 정부와의 코드를 맞춘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최근 금융당국 및 정부가 금융사에 대한 견제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