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후폭풍… 은행권 상반기 채용시장 ‘냉각’ 조짐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3-06 16:59 수정일 2018-03-06 17:00 발행일 2018-03-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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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기업·수협은행, 상반기 채용계획 발표…4대 시중은행은 '잠잠'
정부 정책 발맞출 것이란 전망과 달리 소극적…채용비리 의혹 영향

정부의 주 정책 방향인 일자리 창출에 은행권이 적극 발 맞출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올해 상반기 은행권 채용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 후폭풍에 쉽사리 채용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상반기 채용계획을 내놓은 은행은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등 세 곳이다. 구체적으로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350명, 기업은행은 170명, 수협은행은 유동적인 규모 내에 채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구체적이 상반기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구체적인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상반기 은행권 채용시장은 규모가 작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이 올 상반기부터 대규모 채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은행권이 다른 업권에 비해 빠르게 발맞춰 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KB국민은행(500명), 신한은행(450명), 우리은행(400명), KEB하나은행(250명)은 1600명을 채용했다. 이는 전년(780명)에 견줘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에 채용이 집중되지만,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4~5월까지는 기다려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채용 계획 등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올 상반기 채용계획 수립에 신중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채용과 관련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 모범 규준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 접어들더라도 은행권이 작년과 같은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은행권을 둘러싼 환경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함에 따라 필요 인원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뱅킹 업무가 디지털화 함에 따라 은행이 필요로 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는 점이 방증한다”며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하반기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기에는 은행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