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추락, 수출 업계 연초부터 '빨간불'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18-01-03 17:29 수정일 2018-01-03 17:34 발행일 2018-01-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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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한은총재환율,관심갖고지켜보고있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 수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시세가 1065.10으로 표시돼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해 "걱정하는 만큼 관심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강세)가 연초부터 수출업체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와 기준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국내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064.50원으로 전날에 비해 소폭 오름세(3.3원)를 보였지만 지난해 고점(1208.3원)과 비교하면 무려 140원 넘게 급락한 수준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아직 위험 수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원화 강세에 자동차, 철강 등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1050원대까지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1000원선이 붕괴되는 등 세자릿수 환율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 같은 환율 하락세로 연초부터 국내 수출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 상대인 일본이나 중국 등의 기업에 밀릴 수 있어 원화 강세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율 변동은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배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복병이다. 특히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 철강, 가계, 가전 업종은 수익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수출 실적이 50만달러 이상인 514개 기업들 중 절반(48.4%)이 경영 환경에 명향을 미치는 요소로 ‘환율 변동’을 꼽았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늘어난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물량 비중은 60%에 달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10월 떨어지면 현대차는 1200억원, 기아차는 8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여기에 ‘엔저 효과’를 누리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체와의 해외시장 판매경쟁에서도 밀려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회사가 엔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체도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업이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00억원 가량 영향을 받는다. 즉, 10원이 내리면 2000억원의 손실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경우 달러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아주 큰 폭의 환율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원자재 수입이나 수출 측면에서 크게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 악화도 우려된다. 중소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환율이 10% 떨어지면 자동차·조선 분야의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5% 이상 줄어든다.

반면 항공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원달러 하락은 항공유 수입 비용을 감소시키고 해외여행 수요를 증가시켜 항공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이 큰데, 원화 강세는 이 부분을 상쇄해 줄 것”이라며 “다만 지속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영향이 클 것으로는 보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