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포비아’ 재현되나··· 급락 위험 경고등

김진호 기자
입력일 2018-01-03 15:15 수정일 2018-01-03 17:35 발행일 2018-0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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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_원·달러환율추이
연말연시 원·달러 환율이 수직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가파른 하락세가 자칫 수출기업들의 공포심, 일명 ‘환율 포비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4.5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단기급락에 대한 부담감과 정부의 실개입 추정 영향 등에 전 거래일보다 소폭(3.3원) 반등했지만, 작년 고점(1208.3원) 대비 무려 140원 넘게 급락했다.

최근 환율 하락은 시장의 예측보다 완만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이어지고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이전 정부보다 대폭 약화됐다는 점도 환율하락을 부추겼다.

문제는 최근의 하락 속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갱신한 데 이어 올해 첫 거래일인 2일에도 큰 폭으로 내려앉아 1060원 선마저 위협받았다.

단기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9월 28일(1149.1원)과 비교하면 석달 새 80원 넘게 폭락한 수준이다. 당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1150원 선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이 국내외 경기회복세와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크게 급락한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은 물가 안정과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등의 긍정적 요인도 있다. 하지만 최근 급락세는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환율로 인한 수출기업의 경제심리 하락이 최근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지난달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화 강세가 불거지며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제조업체는 8.6%로 지난해 5월(9.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엔 환율이 100엔당 940원 선까지 떨어지며 일본 제품과 경쟁에 나서야 하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급락한 환율은 수출기업에 큰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1060원 선을 지탱하지 못할 경우 환율은 언제든 1020~1040원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원화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내후년에는 9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진호 기자 elm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