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후기] 이준석 “그때 '문고리 3인방'과 더 격렬하게 싸워야 했는데…"

강진기자
입력일 2017-10-29 13:12 수정일 2017-10-29 13:51 발행일 2017-10-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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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준석 바른정당 청년최고위원.

10월 28일 오후 3시. 이준석 바른정당 청년최고위원이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과거 자신이 선거에 나섰던 노원구 상계동에서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먼저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과의 진실공방을 떠올리며 후회의 감정을 토로했다. 자신에게 “방송을 못하게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던 음 전 행정관을 언급하며 “그분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에게 김무성 유승민이 정윤회 사건을 터뜨려서 박근혜 대통령을 축출하려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 공방은 ‘김무성 수첩 파동’으로 이어졌고, 꺼져가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불씨를 되살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준석 위원은 “그때 음종환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나왔지만, 나머지 이른바 ‘문고리 삼인방’이라는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며 투지를 꺾고 더 격렬하게 싸우지 않은 자신의 결정을 안타까워했다.

이준석 위원은 또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에 새누리당이 취한 행보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렇게까지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일신하는 분위기를 못 만든 것을 참 이해할 수 없었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촛불이 그렇게 타올랐을 때도 하지 못했던 친박 청산이 지금 와서 이루어지겠는가? 최경환 서청원이 순순히 물러나겠는가?”라며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의 독자적인 친박 청산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때 이미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촛불 집회와 탄핵을 “박근혜 정부 4년간 축적되었던 불통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촛불 집회로부터 보다 엄정해진 국민의 시선과 보다 커진 미디어의 역할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더는 국민이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너그럽지 않으며, 더는 정부의 국면전환 시도가 통하지 않을 만큼 언론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 위원은 불통을 시작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던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며 “이제 국민들이 답을 요구할 때 그때 답을 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탄핵의 사유로 오르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둘로 나누어진 촛불 1주년 집회에 대해 이준석 위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촛불 집회가 품고 있던 의제들은 매우 다양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비선실세 의혹, 이석기 석방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심지어 쌀 수매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탄핵과 정권교체를 통해 이 중에서 어떤 것이 해소되었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가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그런 생각 차이에 따라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움직일 것이며, 또한 촛불집회가 의제들이 하나 둘 해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준석 위원은 자강파와 통합파로 나뉘어 어수선한 바른 정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촛불 집회의 부산물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는 바른 정당은 창당과 함께 선언했던 개혁 보수의 길, 이념 정당의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많이 헤매는 모습이다. 이 위원은 지역주의정치를 대한민국 정당의 태생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념 정당 형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정당들이 “지역 안의 중도층을 향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그게 전국단위로 봤을 때는 모호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준석 위원은 지금 바른 정당이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탄핵에 찬성했던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40명 조금 넘게 있었는데, 실제로 보수를 개혁하는데 관심이 있던 사람은 그다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계열의 청년 인재 고갈과 이념의 빈약함을 걱정하며 “이런 것들 없이 선거에서 이기려 하다보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데려와서 이긴다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그거야 말로 말하자면 위험한 몰아주기”라며 우려했다.

끝으로 이준석 위원은 “이제 모두가 그리고 각자가 앞으로의 미래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 시민들이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1차 목표를 성취한 만큼, 이제는 촛불로 모인 에너지를 적폐청산 너머 어떤 미래로 흘려보낼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만약 이 미래상을 정치인들이 세우게 놔두면, 촛불의 에너지가 정치가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위원은 “지금까지 보수가 실패한 것은 책임 정치 구현”이라고 평가했다. 90년대 초중반부터 국민들이 보수 정당에 기대한 이미지는 ▲살아나는 경제 ▲튼튼한 안보 ▲안전한 교육정책이었는데, 보수 정당이 이에 대한 책임을 모조리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우선 이 세 기둥을 보다 견고하게 다시 세우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고 말하고, 동년배의 청년들과 함께 고민해 풀어내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진 수습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