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후기] 反美로 물든 촛불… 외국인들 우려의 시선

김윤호기자
입력일 2017-10-29 08:54 수정일 2017-10-29 13:49 발행일 2017-10-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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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을 기념하는 28일 광화문 광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들이 적힌 대형 얼굴 사진과 ‘NO WAR(전쟁 반대)’를 나타낸 하회탈이 전시됐다.

“저는 미군이 아니니 쫓아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7년 째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다니엘(33)씨가 반미 플래카드를 보며 한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번졌던 촛불집회 1주년을 하루 앞두고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촛불 1주년 대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전집회가 진행됐다. 그 중 ‘반트럼프’ 집회가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천막들 사이에서 열린 ‘전쟁위협 무기강매 통상압력 트럼프 방한 반대 서울시국대회’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11월 7일과 8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반대를 외치는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주최측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들을 동원한 지난 16일 연합해상훈련이 동북아 주변 상황을 긴장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논란이 됐던 트럼프의 발언들이 쓰인 그의 얼굴 사진과 ‘NO WAR(전쟁 반대)’를 나타낸 하회탈이 전시됐다. 진보성향 노동운동단체 ‘노동자연대’는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예고한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을 홍보하기도 했다. 노동자연대가 광장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주간신문 ‘노동자연대’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비판과 반(反) 트럼프 집회 일정이 담겨 있었다.

노골적으로 반 트럼프를 외치는 분위기에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촛불 1주년 행사를 둘러보러 왔다는 다니엘씨는 “반 트럼프를 외칠 수는 있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 자체를 반대하는 건 한국 안보에 위협”이라며 “나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한미군사훈련과는 분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작은 이유는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덕분”이라며 “한미동맹은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미국 전체가 같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반 트럼프 집회에서 외치는 주장은 지나친 우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 그저 ‘블러프(Bluff)’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 트럼프 집회 사진을 찍던 프랑스인 패트릭(70)씨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긴 하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단순히 좋고 나쁨이 아닌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회의 주장대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고 나아가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안보가 불안해질 것”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인 관점에 경도돼 그럴 공산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과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이 불쾌한지 묻는 질문에는 세 명의 외국인들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윤호 수습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