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권오현 부회장까지 사의, 삼성 ‘리더십 공백’ 비상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0-13 12:18 수정일 2017-10-13 12:18 발행일 2017-10-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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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삼성전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삼성전자는 또 한 번 ‘리더십 공백’에 직면하게 됐다. 이건희 회장 와병과 이 부회장의 구속에 이어 권 부회장의 사퇴로 ‘부회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권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이 소식을 접한 이후 삼성전자는 곧장 충격에 빠졌다. 당장 기업의 크고 작은 사안들을 결정한 주요 경영진이 모두 공석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부재 이후 청와대 초청이나 방미경제사절단에 삼성전자 대표로 참석하는 등 수장 역할을 대행해왔다. 당분간 새로운 경영진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간 권 부회장의 총괄 아래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반도체사업부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이같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실시하지 못한 사장단 인사가 11월에 조기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현재 DS부문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DS부문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유력시된다. 김 사장이 권 부회장의 자리를 대신하며 김기남 사장(DS)-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IT모바일)-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소비자가전)의 부문별 리더십 체제를 유지한다. 권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겸직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새로운 인물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권 부회장의 용퇴 결심으로 삼성전자의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리더십 공백’ 문제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과거 오너 중심의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선제적 투자를 통해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의 정체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미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부근 사장도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2017’서 “여러 척의 배에 선장들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선단이 있고 정작 선단장은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각 사업을 담당하는 부문장들이 그룹의 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M&A) 등의 큰 틀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총수 부재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