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일선 퇴진 선언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7-10-13 11:30 수정일 2017-10-13 11:31 발행일 2017-10-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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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_폴리티코 연설 (1)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사실상 ‘총수 대행’ 역할을 해온 권오현(65)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라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할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문.

임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말씀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깊은 고뇌 끝에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을 포함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은 저의 사퇴 결정을 갑작스럽다고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로서는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해왔던 것이고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삼성에 입사했던 1985년은 우리 반도체가 사업의 초석을 다지던 때였습니다. 그로부터 32년 우리는 무수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취의 역사를 통해 세계 반도체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섰습니다. 저는 연구원으로, 또 경영의 일선에서 우리 반도체가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떠나면서 저의 이런 자부심과 보람을 임직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임직원 여러분도 저의 충정을 깊이 헤아려 주시고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