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여론 조작 있었다"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10-11 14:25 수정일 2017-10-11 14:25 발행일 2017-10-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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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필요성 설명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첫 회의에서 조사위 구성의 의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연합)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교육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화 의견수렴 당시 교육부 직원 수백 명이 의견접수 마지막날 고위간부의 지시에 따라 심야까지 대기하면서 한꺼번에 대량 접수된 찬성의견서를 계수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 요청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단계에서 불거진 여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역사교과서 찬성 여론조작 의혹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12일 여의도 한 인쇄소에서 제작된 동일한 양식의 의견서가 무더기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이른바 ‘차떼기 제출’ 논란이다.

당시 교육부는 11월13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면서 찬성 의견 15만2805명, 반대 의견 32만1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현재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 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가 53박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수로는 4만여장에 달한다.

교육부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이 가운데 26박스(약 2만8000장)를 우선 조사해보니 4종류의 동일한 양식의 찬성 의견서가 반복됐다.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낸 사실도 확인됐다.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 의견 제출자는 모두 437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613명은 동일한 주소를 사용했다. 찬성 의견서 중 일부는 ‘이완용’, ‘박정희’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등 제출자 개인정보란에 상식을 벗어나는 황당한 내용을 적어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일괄 출력물 형태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에 대해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해 유선전화로 진위를 파악한 결과, 252명이 응답했다. 9명은 착신정지 상태였고, 26명은 결번이었다.

응답자 중 찬성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답한 경우가 51%인 129명에 불과했다.

교육부 자체 조사 결과, 현재는 퇴직했으나 의견접수 마지막 날 당시 학교정책실장이었던 김모씨는 “밤에 찬성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직원들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직원 200여명이 자정 무렵까지 남아 계수 작업을 했다고 교육부 직원들은 증언했다.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