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SK 등 한미일연합 반도체 인수자로 선정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9-20 16:13 수정일 2017-09-20 18:02 발행일 2017-09-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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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일본 도시바 본사(연합)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자로 최종 선정됐다.

일본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 반도체 자회사(도시바 메모리) 매각 대상자로 한미일 연합을 낙점했다. 지난 2월 도시바 메모리 매각 방침을 결정한 지 7개월만이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애플·델·시게이트·킹스톤테크놀로지 등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비롯,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정부계의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추후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법적 구속력을 갖춘 매각 계약을 체결한 뒤, 실사 및 최종 협상 등을 거쳐 본 계약 체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한미일 연합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기 직전까지 도시바 인수전은 승자를 쉽사리 점칠 수 없는 혼전 양상이 거듭됐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 13일 한미일 연합과 우선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는 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더욱이 최대 적수로 꼽혔던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 ‘웨스턴디지털(WD)’이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의결권 포기’ 의사를 내비쳐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시바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민한 끝에 결국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WD가 매각 과정에서, 반대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수차례 대립각을 세우며 신뢰 관계가 무너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애플이 WD로 매각되면 더 이상 도시바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 총액은 약 2조4000억엔(약 24조원) 규모로 전해졌다. 의결권 지분 비율은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기업 10.1%로 일본 측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SK하이닉스는 약 2000억엔을 전환사채(CB) 형태로 참여한다. 향후 융자를 지분으로 전환했을 때 취득 가능한 의결권 비율도 15%로 제한한다. 이는 주요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향후 각 국가에서 진행될 반독점 심사를 감안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영향력은 한층 견고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에 그쳤다. 아울러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워지는 효과도 발생한다.

한편,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는 경영 재건에 빼놓을 수 없는 채무 초과분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