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숨은 공신'은 최태원 회장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7-09-20 16:12 수정일 2017-09-20 16:47 발행일 2017-09-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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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이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최종 결정됐다고 일본 현지와 해외언론이 보도하면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의 ‘숨은 공신’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낸드플래시를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도시바를 통해 기술력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를 위해 2000억엔(약 2조원)이라는 ‘통큰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사실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인수전 초기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웨스턴디지털(WD)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전하면서 SK하이닉스가 유력 인수 컨소시엄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하지만 SK그룹 오너인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에 적극 참전하면서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최 회장이 지난 4월 18일 출국금지에서 풀려나자마자 첫 해외출장으로 그룹 최대 현안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을 선택한 것이다. 최 회장은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최근 주력인 D램을 뒷받침할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는 절실한 상황에서 직접 나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다.

최 회장은 당시 “도시바 바인딩(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직접 나서 현지 은행과 펀드 등의 재무적투자자(FI)들을 섭외하고 일본 내 ‘국부유출’ 우려에 대해 설득 작업을 펼치면서 반전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최 회장의 노력은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컨소시엄에 포함되고, 이번에 인수자로 낙점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을 직접 지시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링 및 M&A 강화 등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제시하기도 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