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낸드플래시를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도시바를 통해 기술력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를 위해 2000억엔(약 2조원)이라는 ‘통큰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사실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인수전 초기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웨스턴디지털(WD)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전하면서 SK하이닉스가 유력 인수 컨소시엄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SK그룹 오너인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에 적극 참전하면서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최 회장이 지난 4월 18일 출국금지에서 풀려나자마자 첫 해외출장으로 그룹 최대 현안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을 선택한 것이다. 최 회장은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최근 주력인 D램을 뒷받침할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는 절실한 상황에서 직접 나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다.
최 회장은 당시 “도시바 바인딩(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직접 나서 현지 은행과 펀드 등의 재무적투자자(FI)들을 섭외하고 일본 내 ‘국부유출’ 우려에 대해 설득 작업을 펼치면서 반전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최 회장의 노력은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컨소시엄에 포함되고, 이번에 인수자로 낙점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을 직접 지시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링 및 M&A 강화 등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제시하기도 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