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의 부동산, ‘어게인 노무현’?

이기영 기자
입력일 2017-05-22 16:54 수정일 2017-05-22 16:54 발행일 2017-05-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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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부동산시장이 7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과열 전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2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06% 상승해 15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들어 대선 직후까지 2주간 0.15% 상승한 데 이어 지난주는 이보다 0.09%포인트 높은 0.24% 상승했다.

이는 11·3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21일 주간 상승률 0.24%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1·3대책 발표 이전의 수치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수도권에서만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15만 명 이상 방문해 모델하우스마다 장사진을 쳤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따라 규제책을 쓸 거라는 막연한 걱정 등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강남 등 인기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문재인 시대를 맞이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주거복지공약에 따른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함께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의 적용을 예상하는 한편, 부동산 규제책을 함께 쓰면서 부동산시장의 조정국면을 예상 했었다.

그러나 정권 출범 3주차인 현재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직 정권 초기라 이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광풍을 연상하게 한다”라고 말하면서, “노무현 정부시절의 8·31대책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이명박 정부시절에 가서야 약효를 발휘한 것처럼 부동산 정책은 리드타임(Lead Time)이 길기 때문에 지금 대책을 내놓아봐야 3~4년 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당분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시장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부동산 규제에 관한 특별한 공약이 없었고, 오히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어서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별도로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난 상황이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이러한 부동산 과열조짐을 경계하면서 “가계부채가 600조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비해 1350조인 지금은 유동성 리스크가 훨씬 높다”면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여러 규제 조항이 아직 작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으로 무리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 rekiyoung92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