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 '유불리' 계산기 두드리는 월가
현지시간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환경 규제 무효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美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천연가스·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개발 규제를 통해 태양광·2차전지·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클린 파워 플랜(청정전력 공급계획)’이 무효화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트럼프 행정명령이 오는 화요일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취지가 ‘친환경-친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차원인 만큼 기존 온실가스나 탄소배출 등을 완전히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은 복잡하다. 지난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시동이 걸린 트럼프랠리의 본질은 달러-주식-채권금리의 동반상승이었는데 최근 이 조합이 깨진 것은 유가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美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하는 원유재고가 계단식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로 하락했다는 이론적 분석도 타당하다. 여기다 최근 산유국으로서 위상이 올라간 미국의 달러화에 ‘오일머니’ 지위가 부가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 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2차례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치와 인플레전망은 실질금리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연방준비제도의 목표 2%를 일시 달성했던 美 소비자물가(CPI) 역시 올 들어 다시 상승압력이 둔화되고 있다. 2월 에너지 물가 1.0% 하락에 전체 소비자물가가 0.1% 상승에 그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3월도 역시 반등기대는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친(親)화석연료 행정명령이 과연 ‘원유수요증가 -> 국제유가 상승 -> 美 인플레 상향’의 성과를 낼 것인가?
지난 11월8일 트럼프 당선 후 국제유가와 KBW 은행지수의 동행추세를 감안하면 한동안 뜨거웠던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금융주들의 랠리가 원유가격에도 일종의 ‘낙수효과’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가상승이 뉴욕증시 조정의 마침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방준비제도의 긴축기조도 유가가 좌우할 시중물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만일 이번 행정명령이 위와 같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금리인상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결국 이는 ‘개점휴업’에 돌입한 트럼프노믹스에 발목 잡힌 월가 금융사들에게 분명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