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카페거리'로 거듭난 종로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3-06 13:44 수정일 2017-03-06 16:03 발행일 2017-03-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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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한옥촌’ 서울 종로 익선동 골목길 사이사이에 한옥의 멋을 살린 카페와 식당들이 자리잡았다.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인 골목길들을 만난다. 큰 한옥집이 들어선 북촌과 달리 ‘서민촌’인 익선동에는 15평 남짓 작은 한옥들이 대부분이다. 익선동은 2004년 재개발이 가능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인들이 최소한의 보수만 해왔기 때문에 정겨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익선동의 변화가 시작됐다. ‘셋방살이’를 놓던 한옥들은 지난 1년 새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로 탈바꿈했다. ‘수표로 28길’을 비롯한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한옥을 멋을 살린 카페와 레스토랑, 맥줏집,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섰다. 평일인 6일에도 익선동에는 골목길 사진을 찍는 젊은 연인, 아이들과 한옥 카페를 찾는 엄마,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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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익선동에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들이 생겨났다.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입소문을 타고 상권이 뜨면서 상가임대료도 껑충 뛰었다. 50㎡(약 15평) 규모 한옥의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 월 임대료 150만~200만원 선이다. 카페거리가 처음 생길 당시 월 임대료 70만~80만원에서 훌쩍 뛴 가격이다. 익선동 일대 A공인중개사 대표는 “임대료가 올라도 워낙 인기가 많아 요즘은 매물도 없다”고 전했다.

매매가는 3.3㎡당 4000만~5000만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반응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매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아직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선동에서 한옥을 매입해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37)씨도 “최근 홍대 등에서 매입 문의가 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기존 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은 떨어지는 마당에 고급 상업 시설이 들어오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익선동 카페골목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4)씨는 “익선동 임대료가 대로변보다는 저렴하지만, 2년 전보다는 많이 오른 게 사실”이라면서 “1년 전 골목거리 초입에 문 열었던 카페는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장사 수익을 내지 못해 떠났다”고 전했다.

익선동 주민들은 특히 2년 뒤 재계약 시점에 임대료가 크게 오를 것을 걱정했다.

익선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는 세입자들이 오래된 한옥을 직접 개조해 장사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있다”면서 “1~2년 뒤 새 임차인을 구할 때는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김영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