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함께 들었지만…엇갈린 민심 ‘태극기’ vs ‘노란리본 태극기’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3-01 17:41 수정일 2017-03-01 22:45 발행일 2017-03-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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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태극기3
삼일절을 맞은 1일 오후 3시경,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 각기 태극기를 내걸었다. ‘노란리본 태극기’와 ‘태극기’ 사이에는 경찰 차벽과 1만6000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됐다.

98주년 3·1절을 맞는 1일. 시민들은 함께 태극기를 들었지만 민심은 양 갈래로 찢어졌다.

이날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와 찬성하는 ‘노란리본 태극기’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했다. 상대에 대한 비난도 난무했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해 좁은 통로만을 남겨둔 채 광화문 광장 전체를 차벽으로 둘러쌌다. 202개 중대 1만 6000명 규모의 경찰 병력도 투입됐다.

◇태극기 집회 “탄핵무효가 애국” 

태극기집회
삼일절을 맞은 1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15차 탄핵무효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15차 탄핵반대 집회에는 어김없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이 운집했다. 주최 측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만 명(주최측 추산)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애국심을 보여주기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면서 “탄핵 무효가 곧 애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1차 태극기집회부터 빠짐 없이 참석해왔다는 안영수(50)씨는 “진실로 판단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탄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집회에 최대 규모 인파가 모인 것에 대해 “촛불은 거짓으로 선동하고 태극기집회는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태극기집회가 세를 불리는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 “한 줌도 되지 않는 저들이 아니라 우리가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모(47)씨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태극기를 들었다”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를 ‘종북 좌파’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너무 심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문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오른 정광택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공동회장은 “98년 전 오늘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들었던 역사와 오늘의 태극기는 다르지 않다”며 “오늘 태극기를 흔들다 쓰러지면 98년 뒤 후손은 1919년 3·1절과 2017년의 3·1절이 같은 마음으로 뭉쳐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집회 “태극기 의미를 변질시키지 말라” 

노란리본태극기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8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몸에 ‘노란리본 태극기’를 두르고 있다.

이날 4시께 광화문 광장에는 촛불과 함께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5시부터 열리는 18차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변질된 태극기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며 “촛불과 노란 리본 태극기가 진정한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1차 촛불집회부터 빠짐 없이 참석했다는 김주록(70)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면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서면제출할 게 아니라 직접 법정에 나와야 했다”며 태극기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태극기에 노란 리본을 달고 흔들던 박현정(47)씨는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인데 요즘은 태극기를 보기만 해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태극기의 의미가 변질되는 것을 막고 3·1절을 기리는 마음에서 일부러 태극기를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의정부에 사는 박성호(57)씨는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면서 태극기집회를 겨냥해 “순수한 태극기를 흔들면서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들면 안 된다”고 일침 했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