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 권리금·상가 임대료 ‘훌쩍’…영세 상인들 울상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2-13 09:02 수정일 2017-02-13 13:52 발행일 2017-02-14 18면
인쇄아이콘
KakaoTalk_20170213_084113535
망원역 2번출구로 빠져나와 망원시장을 지나면 ‘망리단길’이 시작된다.

서울지하철 망원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 ‘포은로길’에 들어서면 왁자지껄한 전통 시장과 함께 트렌디한 가게들이 펼쳐진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간판도 달지 않았지만, 독특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유명식당 못지않은 음식 솜씨로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부터는 더욱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이태원 인기 상권인 ‘경리단길’에 망원시장의 ‘망’을 붙인 ‘망리단길’은 망원시장 일대 골목길의 인기를 보여주는 별칭이다.

지난 10일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망리단길 일대 가게들에는 손님들로 빈틈없이 북적였다. 포은로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주오일식당에는 3~4팀 정도가 줄을 서있었다. 윤소정(24)씨는 “주말에 왔을 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기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식당의 인기를 전했다. 비엔나커피로 유명한 커피가게 동경의 대기 명단에는 10팀 이상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카페를 처음 찾은 이연화(25)씨는 “카페가 주택가에 숨어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70213_084050581
10일 오후, 망리단길 한 식당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유명세 따라 ‘프랜차이즈’ 입점, 기존 상인들 울상

소자본 창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망리단길에는 최근 쥬씨, 백다방 등 프랜차이즈 음료판매점들도 하나둘 입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은로길이 시작되는 대로변과 골목 초입에는 스타벅스, 탐앤탐스, 맘스터치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KakaoTalk_20170213_084102253
‘포은로길’을 중심으로 하는 망리단길 초입에는 지난 1년 사이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섰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입점에 기존 영세상인들은 울상이다. 구상권에 고급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상가 임대료가 치솟아 정작 원주민들을 내모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본격 시작되는 탓이다. 5년여 간 포은로길에서 카페를 운영해온 이모(57)씨는 “저렴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면서 매출은 1/3로 줄어 영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최근 1년 새 시장에서 떡볶이 가게와 반찬가게 등이 문을 닫았다”며 망원동 속사정을 알렸다.

망리단길 단골 손님들은 이 같은 변화를 아쉬워했다. 망원동의 한 북카페를 즐겨 찾는다는 유수빈(27)씨는 “주택가에 있는 작은 가게들은 상호가 확 바뀌는 것 같다”면서 “눈여겨봐둔 가게가 다음에 왔을 때는 사라지곤 해서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권리금 2배 ‘껑충’…권리금 장사에 영세 자영업자 내몰려

망리단길 일대는 최근 2년 사이 권리금과 상가 임대료도 훌쩍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망원동 상가 순수임대료 상승률은 2015년 대비 21.1%를 기록했다. 근처 합정동(16.6%)이나 상수동(6.59%)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망리단길 일대 부동산에 문의해보니, 최근 상가 임대료는 보증금 2000~3000만원에서 월세 160만~170만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망원동 일대 상가의 바닥권리금(상권에 따라 형성된 최초의 권리금)은 더욱 뛰었다. 1년 전만 해도 이곳은 권리금이 없거나 1000만원 선에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4000만원까지 뛰었다.

망원동 주민들은 임대료·권리금 상승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망리단길에서 S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망리단길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나오는 매물은 없어 권리금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면서 “프랜차이즈들의 잇딴 입점으로 지역 주민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 대표 최모씨도 “최근 망원동 구석진 골목 가게들까지 권리금과 월세를 훌쩍 울리고 있다”면서 “망리단길에 가게를 여는 사람은 서민 자영업자들인데,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카페운영자 이씨는 상가 주인의 치솟는 권리금으로 인해 기존 상인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7011번 버스가 다니는 1차선 거리는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연희동에서 왔다고 알려진 한 상가 주인은 망원동에 카페 5개를 사들이고 권리금을 붙여서 파는 식으로 권리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