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33년간 몸담으며 대학에 대한 감사함을 '총장 그림'으로 대신한 청각장애 교직원

김장중 기자
입력일 2016-09-01 18:02 수정일 2016-09-01 18:02 발행일 2016-09-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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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지난 8월 30일 대학 교직원인 김교생씨가 홍덕률 총장에게 선물한 총장 그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대구대학교)

지난 8월 30일 퇴임을 하루 앞둔 청각·언어장애 교직원 김교생(61)씨가 대구대학교 홍덕률 총장을 만나 수화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손수 그린 홍 총장 얼굴 스케치 그림 1장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림 안에는 지난 33년간 몸담았던 대학에 대한 고마움을 함축하듯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대학에서 기능직으로 일한 그의 정년 퇴임일은 3년 전인 2013년 8월이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계약직으로 3년간 대학에서 일을 했다.

그는 진짜(?) 퇴임을 앞두고 대학에 대한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대학을 대표하는 총장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그는 대학 교직원이면서도 화가로 활동을 했다.

낮에는 대학 시설관리 및 물류 업무를 맡아 일했고, 퇴근 후에는 화가로 변신해 하루 3~4시간씩 작품활동을 했다.

주말과 휴일이면 작품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는 두 살 때 홍역으로 청각을 잃은 후 초등학교 때 만화를 그리며 그림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역의 한 신문사가 주최한 학생미술실기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받으면서 화가의 꿈을 꾸게 됐다.

하지만 여유롭게 그림만 그릴 형편이 아니었다.

대구 토박이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특수학교인 대구영화학교 고등과를 졸업한 후 그는 생계를 위해 자개공예, 목공예 등 경제적 도움이 될 만한 기술과 기능을 배웠다.

그러던 중 한사실업전문대(대구대에 통합)에서 공예디자인을 가르치던 한 교수의 눈에 띄어 청강생으로 서양화를 배웠다.

이어 지난 1983년 학교의 도움으로 대구대 부설 전국장애인기술교육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대구대와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화가로 활동을 하며, 1998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대상을 비롯 각종 공모전에서 30여 차례 입상했고, 지난 2011·2013년에는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대학에 대한 애정만큼 대학 주변 풍경을 자주 작품 주제로 삼았다.

그의 그림에는 학교 앞 저수지인 문천지와 비호동산, 캠퍼스 숲길, 기숙사 연못 원앙, 구연정(정자), 영덕연수원 바닷가 등 학교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중 9점을 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기증 당시 “제가 본 학교 곳곳의 아름다움을 그림 속에 담아 학교 내에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홍덕률 총장은 “대학의 훌륭한 직원으로서, 장애를 이겨낸 화가로서 김교생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저에게 준 그림은 대학 구성원 모두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 것으로 알고 그 소중한 뜻을 잘 간직하고 기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산=김장중 기자 kj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