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해운 자구안, 기대에 크게 미흡"…법정관리 가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26 12:43 수정일 2016-08-26 12:43 발행일 2016-08-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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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한진해운 자구안, 실제론 4천억원 수준에 불과”
이례적으로 자구안 공개…“오늘 안건 부의해 30일까지 결론”
막바지 몰린 한진해운, 채권단과 줄다리기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미흡하다”며 “한진해운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구조조정부문 정용석 부행장은 26일 오전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한진해운이 전날 제출한 자구계획의 내용을 공개했다.

산은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실효성 있는 것은 4000억원 수준”이라며 “기존 자구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압박했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자구안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그만큼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읽힌다.

산은이 공개한 자구안을 보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부족자금 조달 방안으로 우선 대한항공이 두 차례 2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총 4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출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이미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무상감자를 실시할 계획으로, 이 효력이 11월 초순께 발생한 이후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되므로 유상증자 시기는 12월 초순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2000억원의 경우 내년 7월께 진행하겠다는 게 대한항공의 계획이다.

한진 측은 4000억원 외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단 쪽에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4000억원에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더하고도 부족할 경우에 한해 그룹 계열사나 조양호 회장의 개인적인 유상증자 등으로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용석 부행장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올해 8000억원과 내년 2000억원 등 총 1조원 수준이고, 나쁜 케이스에서는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면서 “일반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대한항공의 4000억원 지원 외에 채권단이 6000억원을 지원해 줘야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1000억원을 한진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진에서 4000억원을 지원하면 채권단이 6000억원을 대야 하고, 그마저도 이런 식이라면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정 부행장은 이날 오후 열리는 채권금융기관 실무자 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유한 뒤에 ‘자율협약을 이어가고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하겠는지’를 물어보는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요일인 30일까지 채권기관들의 의견을 받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안건에 대해 채권단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협약채권 가운데 산은의 의결권은 60%로, 사실상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