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계빚… '풍선 효과'로 부채 양과 질 악화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25 17:44 수정일 2016-08-25 17:58 발행일 2016-08-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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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보다 비은행금융기관 증가 속도 빨라
집단대출 향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시사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가 주택 공급물량을 조절하고,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별한 게 없다. 앞서 정부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 가계부채 대책들을 쏟아졌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는 그동안 정부 대책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으로 2분기(4∼6월)에만 33조6000억원 늘었다.

특히 은행보다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풍선효과 등으로 비은행의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경고가 나온 지 오래됐고 정부가 대응책까지 내놓았지만,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으로 꼽은 것은 저금리와 주택시장 정상화(분양시장 활황), 일부 분양시장의 경우 ‘과열 양상’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놓은 건 집단대출을 막기 위한 택지공급조절, 분양보증심사 제도 개편 등이 전부다.

집단대출 증가세를 가져온 주원인인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제외 방침은 계속 유지키로 했고, 대신 부작용 지속 시 향후 가이드라인 적용을 검토한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금융위원위 측이 제안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2년 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돼왔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환원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한데 그 대책은 별다른 고민을 담지 못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직면한 대표적인 ‘역풍’ 중 하나로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1일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정부가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가계부채 문제를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관계부처가 모여 만든 가계부채 대책이지만 서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답안지는 밋밋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