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전성시대 열리나… 3040세대도 관심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2-16 16:58 수정일 2016-02-16 17:39 발행일 2016-02-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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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더 카운티 3블록 부지에서 바라본 전경 이미지.(사진제공=롯데건설)

“뉴질랜드에서 살다 귀국했는데 팍팍한 도시 생활이 싫고, 초등학생 막내를 보다 자유롭게 교육시키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촌 아파트를 팔고 용인에 전원주택을 지어 들어왔죠. 아파트에 살았으면 소파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을 텐데, 주택에 사니 활동량도 많아지고 가족들과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합니다.” (용인 라움빌리지 입주민)

아파트의 인기에 밀려 그동안 주택시장 변방에 머무르던 단독주택이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인기 주거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60대 이후 은퇴 세대가 아닌 3040 젊은 세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게 특징이다.

16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72.6%에서 2015년 67.7%로 4.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단독주택 거래량 비중은 9.4%에서 10.8%로 올라 지난해 역대 최고인 12만9065채가 사고 팔렸다.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중심의 주택시장이 보다 다양화되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셈이다. 집주인의 개성대로 지어진 단독주택의 특성상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투자처로의 아파트 매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단독주택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존 주택보단 본인이 직접 짓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땅의 인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주택용지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건설과 KCC건설 등이 출자해 만든 시행사 블루아일랜드개발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베어즈베스트 골프장 내 선보인 ‘청라 더 카운티1차’는 일주일 만에 119필지가 모두 완판됐다.

단독주택 하면 ‘은퇴 이후 찾는 집’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청라 더 카운티1차’ 계약자의 90%이상은 30~50대 현역에 있는 사람으로 파악됐다. 또 대부분이 인천, 서울 강서권, 고양·일산 등 인근지역에 살고 있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단독주택을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양대행사 미드미D&C의 천동진 상무는 “내달 2차 분양을 앞두고 벌써 사전예약이 활발한데, 1차에서 계약한 사람이 친지나 형제에게 소개한 경우가 많다”며 “단독주택, 특히 골프빌리지의 경우 주로 지방에 들어서는데 반해 도심권에 위치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 남동 일원에서 도심형 전원주택 ‘라움빌리지’도 1차 32필지의 분양을 완료하고, 2차 29필지를 공급 중이다. 개발사인 라움E&C는 2차분도 봄으로 접어들면 판매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차 계약자의 70%가 30~40대였고, 2차에서는 연령대가 더 낮은 30대 초반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약 70% 정도가 집을 짓고 들어와 입주해 있다.

오원영 라움빌리지 실장은 “전원주택이라지만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취향대로 집을 지어도 땅값까지 4억원 정도밖에 안든다”며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아직 이사한 세대도, 매물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공택지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12월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인천 도화지구 단독주택용지 15필지 등은 평균 206.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같은달 LH가 인천 영종지구에 공급한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208필지도 평균 10대 1의 청약률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설계, 인허가, 인테리어, 시공, A/S 등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단독주택 전문 시공사들도 호황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건축주가 직접 설계나 인테리어 미팅에 참여해 원하는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단독주택이 입주민의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여유로운 거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불편한 게 사실”이라며 “보기에 좋고 예쁘다고 접근하기에 앞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