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건설시장 결산] 건설업계, 안에서 ‘벌고’ 밖에서 ‘밑졌다’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2-30 14:53 수정일 2015-12-30 14:57 발행일 2015-12-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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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저유가 여파로 주요 산유국들이 공사 발주를 줄이면서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짓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현장 전경.(사진제공=한화건설)

지난 2008년을 정점으로 침체일로를 걷던 국내 분양시장이 올 들어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무엇보다 대형건설사는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던 악성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프로젝트를 해소했고, 중견건설사는 주택사업에만 치중해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떨쳐냈다.

하지만 국내에서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7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전체적으로 수주액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일부 업체는 저가 수주 여파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최고 분양물량 쏟아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한해 전국적으로 51만3296가구의 신규 분양아파트가 쏟아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이 중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건설사가 공급한 물량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인 13만2733가구에 달했다.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덕분에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3분기 기준 PF 잔액은 11조833억원이다. 최고점이었던 2009년 말 21조5990억원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분양시장 호조에 따른 민간부문의 활약으로 올해 국내건설 수주액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국내건설공사 누적 수주액은 126조4308억원이다. 종전 최대 연간 수주액은 2007년의 127조원으로, 연말까지 기록 갱신이 확실시된다.

◇해외 수주액 지난해 70% 수준…중동은 반토막

사상 최대 수주액 달성이 코앞인 국내에서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500억 달러 수주에도 실패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 달러(30일 기준)다. 지난해 660억 달러는 물론, 올해 목표액 600억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쪼그라든 데는 저유가의 영향이 크다.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되자 공사 발주 자체를 줄인 탓이다. 중동(313억→165억 달러)을 비롯해 아프리카(21억→7억 달러), 중남미(67억→45억 달러) 등에서 감소폭이 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년 전 저가로 수주한 사업장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2013년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GS건설은 이번 3분기도 해외플랜트부문에서 747억원의 적자를 봤다. GS건설이 1~3분기에 거둔 영업이익 690억원보다 큰 금액을 1개 분기(3분기)만에 까먹은 것이다.

SK건설 역시 3분기 해외플랜트부문에서만 작년 적자(372억원)의 2배가 넘는 856억원의 손실을 떠안았고, 한화건설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해외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로 해외건설시장은 악화됐지만 그나마 국내 주택경기가 좋아 손실을 만회했다”며 “내년에 악재가 많아 걱정은 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뛰어보겠다”고 다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