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막는 오피스텔, 세입자 피해 우려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2-09 10:54 수정일 2015-12-09 17:11 발행일 2015-12-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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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본격화…
최근 월세계약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입신고를 막는 집주인이 늘고 있어 임차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연합)

#인천에 사는 윤다정(28) 씨는 직장과 가까운 서울 서대문 근처에서 오피스텔을 알아보다 끝내 포기했다. 임대인 대부분이 ‘전입신고 불가’를 계약조건으로 내세워서다. 전입신고를 안 할 경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단 생각에 중개업자에게 가능한 물건을 찾아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그냥 넘어가는데 유난을 떤다”며 핀잔만 들었다.

윤 씨는 “전입신고를 못하면 보증금 1000만원을 떼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걱정하자 중개업소에서 큰 금액도 아닌데 까다롭게 군다며 대놓고 싫은 티를 냈다”며 “내게는 전 재산인데 찝찝하기도 하고 기분도 나빠 멀더라도 당분간 인천에서 출·퇴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에서 이 같은 사례가 많다. 건축법상 업무용 건물인 오피스텔에는 분양가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데, 입주 후 이 용도대로 사용해야 환급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해 주거용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소유주는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하거나 환급액을 추징당하게 된다.

오피스텔이 업무용이 아닌 주거용이 되면 소유주는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한다. 다주택자가 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대상도 된다. 이런 이유로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전입신고는 임차한 주택(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대항력을 갖추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 실거주가 이뤄져야 후순위 대출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갖게 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전세금에 비해 월세보증금이 적다 보니 집주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피스텔 매매가가 1억~2억원이고, 대부분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증금이 1000만원이라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매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월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입신고를 한 후 임대인에게 지급한 월세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또 국토부 정책대출상품인 ‘버팀목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규정에 따라 주민등록이 말소될 수 있고, 불법행위인 위장전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전입신고를 막는 집주인을 처벌할 근거는 물론,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오피스텔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일반 주택만큼의 임차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임대인이 준주택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지연시키거나 못하게 하는 약정을 요구하거나 의사를 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시 전월세지원센터 측은 “전입신고를 못할 경우 임차인 권리 보호는 물론, 세액공제·대출 등에서도 제한을 받는다”며 “그런 요구를 하는 집주인과는 계약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