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한시 연장, 과도기 거쳐 일본식 ‘예비시험제’로 갈 듯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2-03 15:12 수정일 2015-12-03 15:13 발행일 2015-12-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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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2021년까지 폐지 유예<YONHAP NO-1821>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2021년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연합)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은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고려됐다.

로스쿨은 2009년 ‘고시 낭인’을 없애고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0년부터 매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에는 시험제도 자체를 완전 폐지한다는 게 애초 정부 계획이었다.

문제는 연간 2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학비였다. 도입 당시부터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난이 일었다. 고시 낭인을 없애는 동시에 저소득·소외계층의 신분 상승 통로도 막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시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사시충(蟲)’ ‘로퀴벌레’ 등의 단어 양산과 함께 빈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사법시험의 마지막 1차 시험을 한 해 앞둔 올해 중순부터 이 같은 갈등은 본격화됐다.

이번에 법무부가 사법시험 한시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양쪽 의견을 모두 반영한 절충안 성격이 강하다. 최악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만큼은 막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4년의 유예기간동안 로스쿨 제도 개선과 정착, 사법시험 폐지 이후 대안 마련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입장이 공식화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을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시험 시행을 연장하려면 이 조항을 없애고 대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함진규·노철래·김용남·김학용·오신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 등이 사법시험 존치를 핵심으로 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무부는 사법시험 연장을 발표하면서 △사법시험과 유사한 예비시험제도 도입 △입학·학사관리·졸업 후 채용 등 로스쿨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 마련 △사법시험 존치를 전제로 사법연수원을 대체하는 연수기관 설립 등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이 중 첫 번째 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시험에 준하는 별도의 시험제도를 마련해 로스쿨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변호사 예비시험제다.

법무부는 앞서 2012년 ‘예외적 변호사시험 사례’라는 이름의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이번에 제시된 대안은 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수립된 것이다.

변호사 예비시험은 일본에서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고자 2004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약자를 위해 로스쿨 과정을 대체하는 예비시험 제도를 만들어 법조인 양성 과정을 이원화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이러한 예비시험제 도입을 근간으로 한 변호사시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예비시험제가 로스쿨제와 양립 가능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만 보더라도 예비시험 평균 합격률이 3% 안팎에 불과해 ‘제2의 사법시험’으로 인식되지만 선호도는 오히려 로스쿨보다 높다. 어렵게 제도 개혁을 이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종국적으로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단일 체제로 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라며 “예비시험제는 로스쿨제도 정착을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