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높이자”…분양가 낮추는 '착한 아파트'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1-30 15:34 수정일 2015-12-01 11:06 발행일 2015-11-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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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현대산업개발)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분양시장의 고분양가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스스로 분양가를 낮추는 단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 계속되는 고분양가 논란 등으로 분양시장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몸값 경쟁력을 높여 계약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30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에 공급하는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3.3㎡당 분양가를 11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 단지는 애초 1200만~1300만원대로 분양가를 정할 예정이었다. 새 아파트임을 감안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관례에 따라서다. 하지만 분양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100만원 이상 금액을 내렸다.

분양대행사 알파오제이의 고영환 부사장은 “사전조사 결과 고객들이 수용 가능한 분양가가 1200만원대 중반으로 나왔다”며 “내년까지 미분양을 끌고 가는 것보다 빨리 분양을 마무리 짓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돼 1200만원보다도 낮게 가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양가를 예상보다 낮추면서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300만원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는 부정적이었던 고객들이 1100만원대로 결정되면서 관심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동작구 사당1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도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5억2900만~5억7190만원, 84㎡ 6억3550만~7억620만원이다. 인근 사당동 ‘두산 위브 트레지움’ 84㎡ 10월 실거래가가 7억8000만원, 동작동 ‘이수 힐스테이트’ 84㎡가 8억2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강남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입지인 만큼, 마감재를 ‘서초 에스티지’ 수준으로 맞췄다”며 “강남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구성하고서도 경제적인 부담은 낮춰 분양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잇달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는 고분양가가 미분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267만4000원이다. 전월보다 2.0% 오른 금액이다.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는 4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3월 250만1000만원에서 4월 260만6000원으로 상승한 이후 9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상향조정되고 있다.

반면, 3분기 민간 아파트 평균 초기 계약률(분양일부터 3~6개월)은 87.7%로, 2분기(92.2%)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가구수 역시 9월에 이어 10월에도 증가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반포 푸르지오 써밋이 청약률은 높았지만 결국 초기 계약률은 저조했다”며 “건설사들이 비싸게 파는 것보다 몸값을 낮춰 지역 내 단지 이미지도 상승시키고 계약도 빨리 마감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