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땅콩회항·롯데사태 타산지석… 지배구조 개선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자

강기성 기자
입력일 2015-09-14 16:40 수정일 2015-09-15 10:44 발행일 2015-09-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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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과제중의 하나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민들도 대기업 경제력 집중은 어느정도 수긍하지만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의 양극화를 대변하던 ‘갑질’ 문화등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들기 마련이다.

최근의 재벌관련 이슈들중 국민들의 정서를 가장 크게 자극했던 사건 역시 지배구조와 갑질행태에서 나왔다.◇국민이 인정하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시급

기업 지배구조 전문평가기관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11개국 중 8위로 태국과 인도보다도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삼성그룹 합병과 롯데그룹 형제간 세력다툼 등을 통해 국민들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이로 인한 황제경영이 낳은 병폐를 여실히 느꼈다. 또한 재벌 총수를 중심으로 한 전근대적 기업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좀더 노력해야만 할 부분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은 합병의 목적을 양 사의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에 반기를 드는 소액주주들이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중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원장은 “최근 삼성 두 계열사 합병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불투명과 부실한 이사회 등 지배구조가 사회문제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평했다.

롯데그룹의 의사결정은 그 동안 투명한 이사회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0.05% 지분을 가진 신격호 회장의 ‘손가락 경영’으로 이뤄져왔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친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의해 구두로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경영권은 안정화됐지만 이미지 실추, 일본 기업논란 등 롯데가 잃은 것은 너무나 많다.

김대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롯데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이를 견제할 이사회마저 가신(家臣)으로 구성돼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유명무실한 이사회 기능을 복원하고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한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가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는 스튜워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도입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워런 버핏처럼 주주로서 기업에 대해 주주권행사도 하고 경영에 참여도 하고 이런 것이 작동돼야 재벌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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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오너의 갑질행태 개선

꾸준하게 문제시 되어 왔던 대기업의 하청업체와의 관계 등 이른바 갑질행태도 개선돼야될 부분이다.

2013년 기준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9.6% 수준에 그치고, 2년 전에 비해 제조원가는 6.2%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는 오히려 1.4% 하락해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 회항’사태에서 보듯 직원들을 하인취급하는 관습 또한 고쳐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하청업체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체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의 의도적인 공사·분양 절차 지연, 하청업체 동의절차 없는 상표권 유통, 채권 서류 위조, 기술 탈취 등이 빠른 시일내에 고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땅콩회항과 관련해서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마저도 재벌 대기업의 총수일원이라면 멋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며 “견제 받거나 성찰 받지 못한 총수 권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국민들이 알게 해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 필요

올해 들어 삼성, 롯데, 대한항공 등 재벌그룹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회공헌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 8·15광복절을 맞아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출소했고, 대형 건설사의 담합이 사면되면서 사회공헌활동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속성과 진성성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빛날 것이라는 지적도 되새길 만할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 공헌 사업을 강화해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며 “바람직한 현상이긴 하나 기업 이미지 부각에만 초점을 맞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과 계획 남발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대 그룹의 이익은 꾸준히 증가하며, 2014년 말 현재 사내유보금이 500조원이 넘었는데도, 대기업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로 청년층 고용 상황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며 “이러한 자금으로 일자리창출, 투자, 사회공헌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다면 재벌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성 기자 come2kk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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