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신동빈 회장, 속내는 '원톱 굳히기'?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8-11 17:27 수정일 2015-08-11 19:34 발행일 2015-08-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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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붉어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며 롯데그룹의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일본롯데의 한국롯데 지분을 축소하고 국민 기업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룹 내에 지배구조 개선 TFT를 설치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는 “국내에 상장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고개를 숙인 지 8일 만에 또다시 사과를 하고 지배구조 개선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야기된 ‘반 롯데 정서’가 거세지면서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데다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롯데를 포함한 재벌 개혁 움직임에 나서는 등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대국민 사과를 두고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신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까 우려해 조기에 수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선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 이번 사과와 대책 발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대책발표 내용 자체가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원톱’으로서 위상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날 신 회장이 내놓은 주요 대책 중 호텔롯데의 상장이나 일본롯데의 한국롯데 지분 축소와 같은 것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11개의 L투자회사 경영진 동의 없이는 불가능 하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과감히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틀어쥐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이라며 “이번 경영권 사태로 롯데그룹에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위기상황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원톱’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약속한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지주회사 전환에는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롯데그룹 순수익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글=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사진=양윤모기자 yy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