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쪽 팔리지 않는" 서도철로 ‘베테랑’ 만난 황정민… 최고 베테랑은 '오달수'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8-06 07:00 수정일 2015-08-05 23:25 발행일 2015-08-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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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취하는 황정민<YONHAP NO-1706>
"쪽 팔리지 않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미친듯 연기한다"는 배우 황정민.(사진=연합)

베테랑들의 만남이다. 연기의 달인 황정민과 오달수가 경찰로 호흡을 맞추고 유해진은 악당으로 변신한 유아인의 뒤를 든든하게 받친다. 그 외에 정웅인, 정만식, 배성우, 천호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영화의 틈을 꼼꼼히 채운다. 

화면 밖에도 베테랑들이 가득하다. ‘짝패’, ‘부당거래’ 등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류승완 감독은 그간 내공을 바탕으로 시원한 액션 시나리오를 썼다. 정두홍 무술 감독은 상상하는 최고의 액션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재벌 3세 악당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그린 범죄액션영화다. 류승완 감독 전편 ‘부당거래’가 경찰을 주인공으로 연쇄살인을 둘러싼 권력의 이면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같은 형사물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한번 상대를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도철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황정민은 자신이 가진 털털한 인간미와 유머로 우리 이웃과 같은 서도철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류승완 감독의 표현대로 실제로 만난 황정민은 서도철 모습 그대로다. 어떤 질문이듯 솔직하고 거침없이 답을 이어간다.

자신과 닮은 서도철에 관해 묻자 황정민은 “편안하게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늘 그렇게 연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그래도 50대 중반이 되면 달수 형처럼 편안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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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국제시장'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오달수를 베테랑 중 베테랑으로 꼽으며 "범접할 수 없는 나른함이 있다"고 증언(?)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오달수는 황정민이 꼽은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둘은 친구로 출연한 ‘국제시장’에 이어 ‘베테랑’에서 경찰 선·후배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달수 형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나른함’이 있어요. 그건 타고나는 것 같아요. 연기하고 있는데도 안 하는 것 같고… 연기로 하기에 정말 어려운 걸 그 형은 자연스럽게 해요. 저희와는 ‘피’가 다른 것 같아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인물의 감정이 최고조로 치닫는 서도철과 조태오의 마지막 추격장면이다. 사람이 가득한 도심, 차를 타고 질주하는 조태오를 서도철은 오토바이로 쫓는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보는 중심가에서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그 생생함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신음을 토할 정도다. 서도철의 집념과 조태오의 광기가 격돌하는 마지막 장면은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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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서 악당으로 변신한 유아인에 대해 황정민은 "화날 정도로 잘했다"고 평가한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도철은 끊임없이 맞고 관객은 그를 응원해요. 액션의 구성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악역을 연기하는 유아인이 너무 잘했어요. 곁에서 보는 사람이 화가 날 정도죠.”

서도철은 조태오의 악행을 묵인하는 동료 경찰에게 ‘수갑 차고 쪽 팔리지 말자’는 말을 한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연기를 보는 관객은 냉정하리 만큼 솔직하다.

“관객이 기분 좋게 돈 내는 영화를 만드는 게 제 몫이에요. 제가 대충해서 관객으로부터 ‘돈 아깝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것만큼 쪽 팔리는 게 없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하는 거예요. 지금 하는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그는 이번에도 ‘쪽 팔리지 않게’ 서도철을 연기하고 ‘베테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