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러브 앤 머시'로 돌아온 '비치 보이스', 그리고 브라이언 윌슨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7-20 22:58 수정일 2015-10-25 21:56 발행일 2015-07-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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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그룹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20대와 40대를 한 번에 보는 기회
세기의 앨범 'Pet Sounds'가 탄생 비화도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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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앤 머시’ (제공= 판씨네마)

여름이면 생각나는 전설인 그룹 ‘비치 보이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러브 앤 머시(Love & Mercy, 감독 빌 포래드)’가 곧 국내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그룹의 리더이자 팝 음악의 거장으로 남은 브라이언 윌슨의 천재성과 시련에 주목한다. 20대 젊은 나이에 천재 뮤지션으로 촉망받던 브라이언이 파격적인 음악적 시도를 하는 숨겨진 과정과 이후 그가 겪는 시련이 영상으로 담겼다.

그 중심에는 세기의 명 음반으로 꼽히는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가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담으려는 브라이언의 집념이 담긴 이 앨범으로 비치 보이스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받은 음악적 스트레스 때문에 그는 비치 보이스 활동을 중단하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죄수처럼 갇혀 생활해야 했다. 영화는 브라이언과 치료를 이유로 그를 구속한 유진 랜디 박사 이야기도 깊이 있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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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 브라이언 윌슨의 20대는 개성파 배우 폴 다노가 연기했다. 영화 ‘러브 앤 머시’ (제공= 판씨네마)

영화의 주인공 브라이언은 두 명이 연기한다. 1960년대와 1980년대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 속에 할리우드 개성파 배우 폴 다노, 존 쿠삭이 각각 20대와 40대 브라이언 역을 맡았다.

폴 다노가 연기하는 1960년대는 마치 실제 자료 화면을 보는 듯하다. 개인이 대충 찍은 것 같은 어설픈 촬영과 빛바랜 색감은 낯설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시절 브라이언과 닮은 폴 다노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역할을 제대로 한다. 그 시절 화면에 잘 녹아드는 그의 연기도 일품이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심각한 스트레스 속에 사는 중년의 브라이언은 국내에 익숙한 배우 존 쿠삭이 훌륭히 연기했다. 그는 실제 브라이언이 말하는 습관을 관찰했고 불안과 우울증 때문에 사람의 눈을 피하는 섬세한 모습까지 표현했다.

다른 영화에 비해 ‘러브 앤 머시’는 상대적으로 관객이 접하기에 낯선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더 레이븐’, ‘2012’ 등으로 익숙한 배우 존 쿠삭이 브라이언을 연기함으로써 영화가 주는 생소함이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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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존 쿠삭이 연기하는 40대의 브라이언 윌슨. 영화 ‘러브 앤 머시’ (제공= 판씨네마)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의 영화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다. ‘Surfer Girl’, ‘Fun, Fun’, ‘God only Knows’ 등 영화는 그들의 명곡을 연이어 소개하며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긴 암흑기를 지나 2004년에 탄생한 ‘Smile’도 소개된다. 브라이언이 37년 만에 완성한 앨범으로 그 속에는 ‘Good Vibration’과 Heroes a Villiains’ 등의 노래가 담겨있다.

1966년 브라이언이 ‘신을 향한 10대들의 교향곡’이라는 타이틀로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나 신경쇠약, 스튜디오 화재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미뤄뒀다가 지난해 완성했다. 이는 제 55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히스토리컬 앨범상을 받았다.

영화 말미에는 실제 브라이언 윌슨이 관중들 앞에서 부른 ‘Love & Mercy’가 엔딩 크레딧과 함께 소개된다. ‘오늘 밤은 사랑과 자비가 필요하다’는 노랫말은 영화의 여운과 함께 가슴속에 새겨진다.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은 인생을 돌아보는 영화는 오는 30일 개봉예정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