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기계도 잘 생겨야 잘 팔린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7-07 15:29 수정일 2015-08-10 15:35 발행일 2015-07-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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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자와역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토요일 오후 5시. 저녁 약속을 해놓은 마츠모토 가나메(松本 要)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 시간을 좀 앞당기자고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츠모토 사장은 아직 회사에서 회의가 끝나지 않아 곧장 만나러 오긴 곤란하다는 거였다.

‘아니, 토요일 오후 5시에 회사에서 회의를 한다고?’

그렇다면 지금 회사로 찾아가 기다리겠다고 했다. 가나자와 시메노마치 80번지에 있는 마츠모토기계공업(MMK·松本機械工業)에 도착했을 때는 5시30분.

3층 회의실로 올라갔더니 마츠모토 사장은 4명의 임직원들과 정말 진지하게 토의를 하고 있었다. 공장 마당에서 기다리겠다고 얘기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전에 만난 적 있는 영업이사가 따라오더니 공장내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공장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공장외관부터 살펴봤다. 공장건물이 1개동 더 들어섰고, 외관도 훨씬 깨끗해져 있었다. 공장 마당엔 토요일 오후인데도 주차된 직원차량이 여러 대 눈에 띄었다. 영업이사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토요일 5시가 넘었는데 퇴근 안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우리 회사는 토요일은 언제나 휴일입니다. 토요일에 회사를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우리 회사는 평일에도 퇴근시간이 오후 5시5분입니다”

공장안에 들어섰다. 토요일이라 생산현장은 가동되고 있지 않았지만, 불을 켜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2년반 전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말끔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공장안에 놓인 △고속정밀 파워척 △차세대 로터리테이블 △실린더 △알루미늄휠 기기 △초정밀에어척 등 공작기계들도 이전과는 달라보였다.

‘뭐가 달라진거지?’

한참 만에 깨달은 건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계들이 성능부분 뿐 아니라 ‘외관’까지 완벽해졌다는 거였다. 그동안 마츠모토기계가 성능이 뛰어난 ‘트럭’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성능이 뛰어나면서 외관도 산뜻한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었다.

“제품들이 빛이 난다”고 했더니 영업이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은 기계도 잘 생겨야 잘 팔립니다”

마츠모토기계가 처음 설립된 건 1948년. 마츠모토 사장의 부친인 마츠모토 에이이치 회장이 자기집에 선반 1대를 마련해 쇠를 깎기 시작하면서부터.

이후 60년간 이 회사는 일본내에선 파워척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미쓰이정기 오사카기공 등과 거래했다. 하지만 마츠모토 에이이치 회장이 과로로 쓰러지면서 위험이 닥쳐왔다.

경영을 이어받은 마츠모토 가나메 사장은 이런 위험부담을 극복하는 방법은 세계로 진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매출이 줄더라도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마츠모토기계는 미국 일리노이에 자회사를 설립한데이어 프랑스 리옹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네덜란드 한국 싱가포르 중국 등에도 협력사를 설치했다. 덕분에 이 회사는 글로벌 수요가 디자인도 중요시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수요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자 매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 전략 덕분에 1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5342평방미터의 공장건평, 90여명의 종업원을 가진 전형적으로 중소기업인 이 회사는 공작기계부분품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강소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자가 연구개발부서에 들렀을 땐 오후 6시30분. 아직도 신제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직원들이 설계도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오후 7시, 마츠모토 사장과 함께 퇴근하면서 “제품들이 빛납니다”라고 얘기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계에 혼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혼이 깃든 기계에선 빛이 납니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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