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와 정면승부, 영화 '약장수'를 봐야 '효도'한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5-04-23 17:00 수정일 2015-04-23 17:35 발행일 2015-04-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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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약장수' 포스터.(사진제공=26컴퍼니)

대한민국은 효의 나라다. 자식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며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배운다. 

23일 개봉한 영화 ‘약장수’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뼈빠지게 키워놓은 아들은 아내 눈치 보기 급급하고 손 벌리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약장수’의 가장들은 치열하기 그지 없지만 한마디로 찌질하고 악랄하다. ‘약장수’는 그들에게 동정표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살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현실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영화의 메인카피인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들을 연기한다’가 가슴에 사금파리처럼 박혀 반짝인다.

아픈 딸을 둔 일범(김인권)은 신용불량자라는 핸디캡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한다. 영화 초반 보여지는 그의 일상은 비루하기 그지 없다.

대리운전으로 번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편하게 밥 한끼 먹지 못한다. 그런 일범에게 친구는 어르신들에게 물건을 파는 홍보관 취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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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사기꾼으로 불리는 약장수들은 누간가의 삶을 책임져야하는 가장들이다.(사진제공=26컴퍼니)

밀린 집세를 내기 위해 한달만 버티기로 한 일범의 어수룩함은 홍보관에 모인 드센 어르신들에게 귀여움으로 어필한다.

그로 인해 조잡하고 고가인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은 “세상 어떤 자식이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줘?”라며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며 제품 판매를 권한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어머니들에게는 철중이 곧 장남이고 일범은 막내아들이다.

영화는 친구 손에 이끌려 홍보관을 찾은, 검사 아들까지 있으면서도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옥님(이주실)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까지 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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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약장수'는 친구 손에 이끌려 홍보관을 찾은 옥님(이주실)을 통해 고독사까지 껴안는다.(사지제공=26컴퍼니)

약자인 소외계층을 통해 근면할수록 무시받는 사회의 아이러니를 고발하는 ‘약장수’는 ‘이 세상에 타고난 악인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사람이 그리운 노인들에게 헤픈 웃음을 파는 약장수는 사회에서 사기꾼으로 불리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약장수’의 배우들은 현실적인 소재를 더욱 와닿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는 점장 역할을 소화한 박철민의 연기는 올해의 발견이다.

코믹하고 과장된 연기로 영화 속 감초 연기를 주로 맡았던 그의 악역 연기는 실제 악마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실제 세 아이의 아빠인 김인권의 연기 역시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약장수’는 일부러 개봉일을 바꾸며 눈치보기 급급한 다른 영화와 달리 ‘어벤져스2’와의 경쟁을 피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마블 캐릭터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갈 영화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를 우리가 봐줘야 하는 이유다. 15세 관람가. 104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