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안에 '슈퍼박테리아' 등장… 1회 발병에 8만명 사망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06 15:47 수정일 2015-04-06 17:23 발행일 2015-04-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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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으로 흔한 감기조차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앞으로 20년 안에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영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내놓은 ‘국가위기관리조정(NRRCE)’ 보고서를 인용, 항생제 등 의약품의 잦은 사용에 따라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해 영국에서만 한번에 최대 8만명이 순식간에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병원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미생물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미생물저항성(AMR)’이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AMR을 ‘특히 심각한(particularly serious)’ 항목으로 지정했다. AMR로 인한 감염 확산이 향후 20년간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기존 의약품이 질병 치료에 전혀 효과를 보이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의 암흑기로 세계가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행성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또한 가장 위협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영국 정부는 인식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호흡기 질환의 일종인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중증급성 호흡 증후군 사스(SARS) 등에 감염되는 인구수는 최대 영국 전체의 절반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예측했다.

이에 따라 2만명~75만명이 사망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는 “유행성 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분열이 시작돼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사태가 다가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대장균, 말라리아, 폐렴균이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영국 정부는 시사했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박테리아의 항균제 내성에 대한 검토 책임자로 짐 오닐 경제학자를 임명했다. 오닐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를 막기 위한 방안이 곧 나오지 않는다면 오는 2050년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초강력 박테리아로 인한 영국의 경제적 피해도 10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을 현재 3조 달러로 잡았을 때 영국이 앞으로 35년 간 이뤄낼 경제 활동 전체가 날아가는 셈이다.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 등 거의 모든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닌 악성 세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구균(MRSA)’으로 인해 이미 지난해 미국, 유럽 전역에서는 5만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 의사에게 재정적인 보상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항생제를 자주 복용해 내성이 생기는 사람 수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에서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