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맞은 '탄소배출권', 거래 없고 소송 확산에도… 정부는 '침묵'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3-02 14:48 수정일 2015-03-02 18:41 발행일 2015-03-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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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p>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2일 개장한 배출권 시장에서는 총 4번에 걸쳐 1380톤의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량은 거래 첫날인 12일 1190톤(974만원), 13일 50톤(47만5000원), 14일 100톤(95만1000원), 16일 40톤(3만4000원)을 기록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 50일을 맞았다. 거래는 4번에 불과하고 업계의 집단 행정 소송이 확대돼 제도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은 국제사회의 흐름이고 거래량 부족은 시장 초기에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방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각 기업에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놓고 할당량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한국거래소에서 배출권(KAU, 탄소 배출량 1톤에 해당)을 서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2일 개장한 배출권 시장에서는 총 4번에 걸쳐 1380톤의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량은 거래 첫날인 12일 1190톤(974만원), 13일 50톤(47만5000원), 14일 100톤(95만1000원), 16일 40톤(3만4000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팀 관계자는 “초반 거래가 집중된 상황으로서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명쾌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초창기이고 실제 배출량이 확정되는 내년부터 거래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장 50일이 다되도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탄소배출권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것을 골자로 환경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OCI등 석유화학업계 16곳은 환경부를 상대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이 부당하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한국산업폐자원공제조합 산하 민간 소각업체 12곳이 소송을 제기했고, 앞서 1월 초에는 고려아연, 영풍 등 비철금속업종에 속한 17개 기업이 집단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정부가 통보한 업체별 할당량이 과중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집단 소송의 필요성 밝혔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감축의무가 과해 거액의 과태료 부담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반발해 왔다. 석유화학업계는 국내의 에너지 사용 효율이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어서 추가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석유화학업체에 3년간 총 1억4369만톤의 배출권을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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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2일 개장한 배출권 시장에서는 총 4번에 걸쳐 1380톤의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량은 거래 첫날인 12일 1190톤(974만원), 13일 50톤(47만5000원), 14일 100톤(95만1000원), 16일 40톤(3만4000원)을 기록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에 대해 업계는 현재 탄소배출량의 15.4%인 2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하는 것은 무리한 할당목표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경우 같은 기간 감축의무가 5% 내외지만 석유화학업종은 15%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업계의 입장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인정되지 않고 추가적인 감축을 해야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업종에 과다하게 부과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래량 부족에 집단 취소 소송 움직임까지 일자 제도 개선 필요성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한국과 일본의 기후변화대응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기반의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감축방법에 있어서 ‘강제’와 ‘자율’이라는 상반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지난 1월 배출권거래제를 전격 시행한데 반해, 일본은 산업계의 자율감축을 원칙으로 기업간 협력을 유도하면서 기술개발을 통한 감축목표 달성을 꾀하는 등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의 상이한 기후변화대응이 단기적으로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우리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거래량 부족이나 업계의 소송과 같은 혼란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으로서 시행 초기 국가가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형섭 환경부 기후변화대응과 기술서기관은 “독일의 경우 1차 계획기간인 3년간 소송이 1500건에 달했다”며 “제도 시행 초기로서 개선해나갈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인기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배출권 시행은 앞으로도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얼마나 빠르게 나아갈 것인지는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야겠지만 늦춰갈 사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브릿지경제 =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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