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호황 속 출범 신생 3사, '삐걱삐걱'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25 15:13 수정일 2015-02-26 00:31 발행일 2015-02-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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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LCC시장이 역대 최대 호항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생 LCC들의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LCC 시장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출혈 경쟁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사)시장이 역대 최대 호항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생 LCC들의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출범 절차 자체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LCC 시장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나 자본금 부족 및 출혈 경쟁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나항공, 울산 지역항공 기반의 유스카이항공,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 등 세곳이 신생 LCC 출범 및 취항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진출하는 LCC 시장은 그야말로 역대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LCC의 연간 국내선 여객수송분담률은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2013년부터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총 5개 LCC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채 호황인 LCC 시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출범하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문길 항공대학교 항공경영과 교수는 "자유 경쟁을 통해 운임인하 등 장점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항공사들이 경영을 잘하고 충분한 자본력이 뒷받침 됐을 때의 경우"라며 "안전문제가 등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지 않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제2 LCC설립을 다시 추진한다. 자본력과 안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해 설립과정에서 에어부산 주주들의 반발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사고 등의 영향으로 추진이 보류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제2 LCC 설립을 둘러싼 기존 업계의 반발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시장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무산 가능성과 함께 설립이 지연돼 왔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출범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일부 노선과 해외 단거리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단거리 취항이라면 수익성도 문제 없고 노선이 중첩되지 않아 에어부산 주주들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LCC설립과 관해 아시아나항공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태다. 1월 중으로 논의된다던 태스크포스팀 신설이나 국토부 설립 인허가 신청 계획도 시장에서 와전된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제2 LCC설립에 관해 정해진 일정이나 계획은 없다"며 "연내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샌프란시스코공항사고 등의 여파로 미뤄졌다"며 "현재는 금호산업 인수 등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시기이고 지난해부터 문제가 됐던 에어부산 주주 설득 작업도 무난하게 완료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공식 출범한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은 B737-800(180-189석 규모) 2대를 통해 제주-김포 노선을 하루 10회 왕복 운항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취항 1년 내 흑자실현과 제주-김포 라인 1위 항공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신규 취항이 예정돼 있는 유스카이 항공은 당초 예정했던 터보프로펠러 기종 대신 CRJ-200(50인승)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스카이항공은 현재 정부로부터 설립 인허가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두 항공사 모두 자본력 측면에서 안전성과 수익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LCC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객기 1대만 운영돼도 조종사 2명과 승무원, 정비사 등 인력과 기본적인 운영비가 투입된다"며 "탑승 인원이 적을 수 밖에 없는데 기존 업계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할지, 또 적은 수익에서 안전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LCC의 경우 대형사고는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본금 문제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LCC사들의 경쟁이 심해질 땐 승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LCC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 같아 안전문제가 상당히 우려된다"며 "정부차원에서 자본금 등 설립 인허가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LCC가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3, 4개의 LCC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항공사가 많다"며 "항공 시장에서 LCC는 계속 늘어날테고 국내 역시 경쟁력있는 LCC라면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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