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가 둘" 현실로… 英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기 체외수정법' 승인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2-25 17:56 수정일 2015-02-25 17:56 발행일 2015-02-26 22면
인쇄아이콘
31

엄마 둘, 아빠 하나. 앞으로 영국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아이에게 유전자를 제공하는 부모가 세 명이 되는 일명 ‘세 부모 아기 체외수정법(three-person IVF)’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세포 소기관 중 하나인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는 산모가 다른 여성으로부터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를 기증 받아 체외수정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영국 상원이 24일(현지시간) 여성의 난자에 포함된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결함이 있을 경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다른 여성에서 난자를 기증받을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간수정 및 배아법’ 개정안을 찬성 280표 대 반대 48표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원은 이달 초 이 법안을 승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정란이 된 난자의 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 DNA는 각각 다른 두 여성이 제공한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정상인 난자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만을 추출한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결함이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는 세포핵만 뽑아낸다.

기증받은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 DNA’와 결함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제거한 부모의 ‘세포핵 DNA’를 결합시킨다. 남성의 정자와 인공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DNA가 정상적인 난자가 생성된다.

유전학적으로는 생물학적 부모 두명 유전자의 99.8%, 미토콘드리아 DNA 기증자 유전자의 0.2%가 아이에게 전달된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문제가 있으면 근육위축, 당뇨병, 시각 장애 등의 질병이 올 수 있다.

세 부모 체외수정이 난자에만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작함으로써 유전병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일종의 ‘과학계의 혁신’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2000년대 초부터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들은 ‘전핵 이식(pronuclear transfer)’이라는 기술을 실험해왔다. 한 여성의 수정란에 있는 핵 DNA에서 핵을 추출해 다른 여성의 수정란 세포에 이식하는 실험이다.

최근 수년 동안 과학·윤리에 관한 평가와 공청회를 거친 끝에 영국 정부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놓게 됐다. 난자 기증자의 신원은 법적으로 철저하게 보호받게 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생명과학, 의료 등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의 제레미 파라르 박사는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세 부모 체외수정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다”며 “세 부모 체외수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합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인간을 상대로 하는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은 “난자나 배아를 파괴 및 조작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위험하다”며 세 부모 아기 시술에 반대하고 있다.

불임 관련 전문가 로드 윈스턴은 “이번 세 부모 아기 시술 합법화를 통해 우리는 어둠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며 “시험관 아기와 같은 복제 및 생식 관련 기술의 진보 자체에 큰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외모나 지능까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맞춤형 아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