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위기 심각"… 현실 모르는 OECD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24 17:36 수정일 2015-02-24 21:28 발행일 2015-02-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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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모습.(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산업의 경영 악화로 정부 재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OECD 보고서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조선업이 실적 회복을 보이고 있는데다 조선산업에 대한 국내 정책금융은 오히려 해외에 비해 덜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을 다지고 상승턴에 성공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의 저력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한국 조선산업이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성·유동성에 타격을 받아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으며 향후 조선업계 실적이 더 나빠질 경우 정부 재정에 미치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영 악화라고 표현한 보고서와 현실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3년 하반기부터 상선 수주량이 늘고 있고, 수주 선가도 오르고 있는데다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미포조선을 시작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OECD가 조선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외 선사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는 국내 조선사들이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경영악화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년간 선박대금을 건조 후반부에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결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상선 수주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헤비테일 결제 증가로 재무 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주 산업 특성상 나타나는 문제로서 차입금이 높다고 막연히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 정부의 조선업에 대한 개입 정도와 위험 노출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 경쟁에서 중립을 지키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대형 조선사에 구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와 기업들이 구조개편을 미루도록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공적 개입의 비용과 효과를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조선·해운 업계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해외와 비교해 부족한 정책금융이 필수적이며 정부에 꾸준히 활성화를 요청해 온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엄익환 해양수산부 해운정책부 사무관은 “국내 정책금융이 독일, 중국 등과 비교해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으로 인해 조선이나 해운 등 특정 산업에만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TX,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의 업체들이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정책금융을 받고 있다. OECD의 보고서대로 이들의 경영 악화로 인해 정부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선산업이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간산업인 만큼 다른 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재민 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 교수는 “조선산업은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상당히 다르다”며 “제조업체가 경영상 문제로 파산하는, 일반적인 시장논리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많은 조선사들이 정리된 가운데 남은 곳마저 파산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등의 노력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파산 직전에 있는 조선사들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OECD의 권고를 충분히 새겨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대형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계속되는 지원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조선사 보호를 위한 무분별한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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