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국내 태양광업계, 마침내 '봄볕' 비친다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11 17:59 수정일 2015-02-11 18:06 발행일 2015-0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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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지속된 불황한파 끝내고 '실적개선 기대감'
한화그룹
다보스 콩그레스센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의 모습(사진제공=한화)

국내 태양광 업계에 ‘흑자 전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수년간 불황기를 겪어온 뒤에 듣게 된 희소식이다. 업계의 회복과 성장을 전망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시장 상황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하나둘씩 실적이 개선되거나 흑자로 전환하는 추세다.

저유가 기조 속에서 태양광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 공급도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견이 업계 내 지배적이다.

또 태양광 시장이 유럽 중심에서 미국, 일본으로 넓어지고 있고 최근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과세까지 호재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태양광 시장의 회복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OCI는 10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OCI의 매출은 전년대비 5.8% 증가한 3조3560억원, 영업이익은 450억원으로 나타났다. OCI는 저유가로 인한 석유화학과 석탄소재 부문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 등 베이직 케미칼 부문의 선전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우현 OCI 사장은 “저유가가 태양광 발전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라며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설치수요는 올해 53GW(기가와트)로 작년 대비 21%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CI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 3분기로 예정됐던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공정개선 작업을 2분기로 앞당겨 가동하기로 했다. OCI측은 올해 고객사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전지용 단결정 잉곳 및 웨이퍼 전문업체인 웅진에너지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011년 3분기 영업적자 전환 이후 1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기준 실적에서도 매출액은 1649억원으로 전년보다 41% 늘었다. 웅진에너지는 향후 하반기 내 부가가치가 높은 태양광용 웨이퍼 사업으로 본격 확장해 매출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흑자 전환 실적은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위축되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나온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보다 우수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원가 절감 등의 효율화 작업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했다.

조준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실장은 “태양전지, 모듈 등을 다루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 손해를 많이 봤지만 최근 신성솔라에너지 등 중견 기업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그동안의 적자폭을 회복하는 단계이지만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꾸준한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태양광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올해 투자와 설비 확대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0년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LG전자 역시 태양광 시장 수요 증가에 발맞추기 위해 최근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구미공장 솔라 N타입 생산라인에 1639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화 역시 이달 초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통합한 한화큐셀 출범을 통해 태양광 시장 선점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올해 130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에 230MW수준의 태양광모듈 제조사업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태양광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해 일시적인 상황일 뿐 태양광 산업의 회복기로 평가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올해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며 “한화나 LG전자의 태양광 사업 역시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백 연구원은 “구조조정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며, 결국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원가를 낮추며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는 노력 뿐”이라고 덧붙였다.

브릿지경제 =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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