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조선업계 불황속 '나홀로 흑자?'… 실상은 '무늬만 흑자!'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10 17:02 수정일 2015-02-10 18:37 발행일 2015-02-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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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극복 특별한 전략없이 상대적 실적 개선
현대오일뱅크 고도화시설 전경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시설 전경(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정유, 화학, 조선 업계의 불황 속에서 현대오일뱅크, 금호석유화학, 대우조선해양 등이 실적 개선과 흑자를 나타내며 ‘나홀로 선방’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실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불황을 극복한 특별한 전략이나 자구책이 있었다기보다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거나 실적이 저조했던 전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축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나홀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지난해 각각 2241억원과 2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GS칼텍스 역시 영업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 모두 흑자가 전망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18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정제규모가 가장 작고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타사 대비 적게 발생한 점이 흑자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위험 관리를 통해 적자로 갈 뻔했던 실적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학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업계의 불황 속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전년대비 37.7%증가한 18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이 24.8% 감소한 1조 3108억원, 롯데케미칼이 28.14% 감소한 35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무덤덤하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중에서 변동성이 적은 에너지 부문이 40%를 차지했고, 합성수지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과 함께 합성고무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고 실적 개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보면 매우 저조했던 재작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서 결코 잘나왔다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부진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그 중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좋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9척, 149억달러를 수주하며 수주 목표인 145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선방에 대해서도 평가는 냉정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같이 대규모 적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11년 7.8%에서 2013년 2.9%까지 떨어졌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계가 부진했던 가운데 덜 나쁘게 나왔다고 하는 것이 맞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업계의 불황을 잘 헤쳐온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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