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확대되는 환율전쟁‧‧‧한은도 '카드' 꺼내나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5-02-05 16:40 수정일 2015-02-05 19:07 발행일 2015-02-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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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이 금리를 인하한지 석 달만에 또다시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발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등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가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현행 20%인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해 특정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준율을 두 차례 내린 적은 있었지만 전면적인 인하 조치를 단행한 건 2012년 5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성장률 7%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안간힘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에서 인출 요구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지준율을 높이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반대로 낮추면 돈을 푸는 효과가 나타난다.

호주중앙은행이 1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중국 인민은행마저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세계 각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움직임에 한국은행의 동참 여부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올해도 한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쳐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되자 추가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는 국가에서도 금리인하는 채무부담이 높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완화해 내수 회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뒤늦은 정책 대응으로 신뢰가 떨어진 유럽중앙은행(ECB)을 본다면 한국은행이 마냥 금리인하를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호주와 한국의 정책금리 조정 방향성과 시기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조화 경향이 뚜렷했다”며 “펀더멘털 여건도 호주와 많이 닮아 있기에 비슷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 요인을 가계부채로 꼽으며 금리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만큼 이달까지는 한은이 시장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선 나오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전쟁이 확산되면서 원화의 절상압력이 얼마나 가팔라지느냐 중요하다”며 “최근 주변국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원화가치가 아직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화절상이 가팔라지지 않는 한 한은이 기존 상황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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