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엔 깔끔한 가격표'… 소비자 구매목적따라 선호가격 따로있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2-02 17:37 수정일 2015-02-02 19:12 발행일 2015-02-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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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와인 한 병에 4만원, 3만9900원. 당신의 선택은?

어떤 목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제품, 똑같은 가격이라도 소비자의 심리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와 싱가포르 난양공대 경영대학원은 최근 “과시 혹은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물건을 살 경우 좀 더 비싼 가격이더라도 끝자리 수가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디애틀랜틱은 이 연구결과를 인용 “소비자들이 생활필수품으로 물건을 살 때와 취미 혹은 취향을 위한 기호품으로 물건을 살 때 선호하는 가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예를 들어 특별한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사는 고객들은 ‘3만9900원’, ‘4만1950원’이라는 가격보다 ‘4만원’이라고 끝자리 수가 딱 떨어지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일한 샴페인을 구입하더라도 생필품 용도로 사는 고객들은 끝자리수가 ‘9900원’, ‘1950원’처럼 숫자가 더 달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피실험자들은 두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같은 제품을 구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첫번째 집단은 가족 여행 목적으로, 두번째 집단은 수업용 준비물로 활용하기 위해 새 카메라를 구입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실험 결과 여행이 목적인 사람들은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끝자리 수가 이를테면 ‘20만원’과 같이 딱 떨어지는 가격의 제품을 선호했다. 반면 수업 용도로는 ‘19만9900원’처럼 몇백원 단위로 정확하고 길게 제시된 가격의 제품을 선호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자인 팀 하포드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00원 보다는 990원의 제품을, 200만원이라고 쓰여있는 제품보다 199만원이라고 쓰여진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왼쪽 자릿수 효과(left-digit effect)’를 들었다. 사람들이 오른쪽 숫자보다는 왼쪽 숫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왼쪽 숫자가 낮으면 가격이 싸다고 판단한다는 효과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