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파열음… '유러피안 드림' 24년만의 종언?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27 17:40 수정일 2015-01-28 09:00 발행일 2015-0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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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로존 탈퇴 땐 EU도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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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치프라스(왼쪽) 신임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인류 초유의 공동체 꿈이었던 ‘유러피안 드림’이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최근 들어 계속 나오고 있다.

긴축노선에 반대하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5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럽 전체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타결된 ‘유럽연합조약’은 그동안 각각의 독립국가로 기록돼 온 유럽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약의 서문에는 새로운 공동체가 ‘유럽 국민들 간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연합’을 표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과연 조약의 서문처럼 오늘날의 유럽은 하나의 통일된 길로 나아가고 있을까. 유럽 전문잡지 유로진(Eurozine)은 최근 ‘유러피안 드림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EU 구성원들이 함께 하나의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고자 실용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유로 프로젝트’가 20년이 지난 현재 각국의 이해관계의 마찰로 분열된 프로젝트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로피안유니버시티인스티튜트(EUI)의 지안도메니코 메존 박사는 “EU가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을 끝까지 사수하려는 국가들과 유로화를 쓰지 않는 영국, 덴마크, 스웨덴 그리고 유로존의 가입을 기다리는 나머지 유럽국 총 3개의 그룹으로 나눠지고 있다”며 “이번 그리스 총선의 결과가 다른 국가들에게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또 다른 그룹 하나가 탄생해 총 네 그룹으로 분열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사실상 책임지는 독일은 각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오늘의 희생이 곧 내일의 유럽 유토피아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으로 단결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국민들은 재정위기를 국가 차원은 물론이고 EU 차원에서도 해결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스의 탈퇴가 현실화되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탈퇴 가능성도 고개를 들 수 있다. 

유러피안 드림이 결국 판타지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메리칸 드림의 멸망을 예리한 필치로 그려낸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는 자신의 사랑 데이지를 향해 끝없이 구애하지만 결국 사랑을 얻지 못한다.

인류 최초의 공동체였던 EU도 같은 운명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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