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인차 신경회로' 90% 수입 의존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1-25 14:34 수정일 2015-01-25 21:58 발행일 2015-01-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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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 사물인터넷 선점 '센서' 국산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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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의 핵심이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열쇠인 ‘센서’ 기술력에서 국내 기업들이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센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자동차용 센서의 90% 이상이 수입산일 정도로 우리 센서산업의 현재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다가오는 스마트카 시대 선점을 위해서라도 기술력 제고와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센서 기술력은 미국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도국 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에게까지 밀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센서란 열, 빛, 소리 등의 정보를 감지, 취득해 일정한 신호로 알려주는 부품이다. 이용자의 오감을 기계적, 전자적으로 본떠 만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센서 기술력은 상당히 취약하다. 대부분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그친다. 카메라, 초음파센서, 레이다 등 스마트카 분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이 센서를 활용한 기술이나 시스템에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센서의 기술력은 부재한 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센서는 스마트카의 핵심 기술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산화 해야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유시복 자동차부품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센터장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사용하는 센서의 90% 이상이 외국 제품”이라며 “최근 개발을 통해 양산을 시작하고 있지만 세계적 업체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국내 센서 기술력이 취약한 이유로 군수 경험이 축적된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했고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었다. 첨단 센서의 경우 소자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메모리 분야의 강자인 우리나라가 센서를 만드는 비메모리분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첨단 센서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나 일본은 군수기술의 축적된 경험으로 레이더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군용 레이더를 만들어본 적도 없어 시작도 늦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 스스로도 기술력 취약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센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센서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진입했고 그러다보니 뒤쳐진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으로 인해 대기업의 진입이 어렵고 중소기업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국내 산업구조 역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센서 기술은 오랜 연구기간을 필요로 하는데 단기성과에 급급해 과제를 진행하는 국내 기술개발 분위기도 기술력 제고를 가로막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종욱 카이스트 신소재 공학과 교수(한국센서학회 부회장)는 “일본, 중국 등은 10년 이상 장기 연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부 과제 특성 상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제는 센서기술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뒤늦게나마 따라잡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센서 국산화에 예산을 집중하고 센서 R&D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수연 산업부 자동차항공과 사무관은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발전에 반드시 센서기술이 확보돼야 한다”며 “한국은 IT기술력이 높고 활용기술도 앞서고 있지만 업계의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타산업과의 융합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 PD는 “현대차가 보쉬, 델파이 등 글로벌 부품업체 대신 국내 기업 부품을 쓰고 싶어도 그럴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핵심 기술력을 쌓고 국내 부품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도, 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 업체도 센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차량용 전방 충돌 방지 레이더 센서’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2008년부터 6년여의 독자 연구 끝에 이뤄낸 쾌거다.

만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업체에 의존해 오던 차량용 레이더 기술을 국산화해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의 초석이 되는 핵심기술을 확보한 것”이라며 “자율 주행자동차에 적용되는 카메라 기술도 독자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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