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태풍 맞은 석화업계, 셰일가스 투자 숨고르기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1-15 14:40 수정일 2015-01-15 18:11 발행일 2015-01-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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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 낮아져 사업 속도 조절
sk이노베이션
미국 오클라호마 광구의 모습(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전세계적인 셰일가스 열풍으로 국내 기업들도 셰일가스 시대 준비에 나섰다. 실제로 SK E&S, LG화학 등은 3, 4년 전부터 현지기업과의 합작이나 유망 가스전 지분 투자 방식으로 셰일가스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로 인해 셰일가스 사업을 준비중인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국제 유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셰일가스의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SK E&S, SK이노베이션, SK가스, 롯데케미칼, LG화학, E1 등이 셰일가스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9월 미국 콘티넨탈사로부터 현지 가스전 지분 49.9%를 인수했다. 향후 3년간 광권 유지를 위한 시추에 주력하고 2017년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SK E&S는 2013년9월 미국 Freeport LNG사와 천연가스 액화서비스 사용계약을 체결해 셰일가스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4월 미국 휴스턴에 ‘SK E&P America’를 설립하고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와 케이에이헨리(KA Henry)가 보유한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전통적인 석유개발사업은 물론이고 셰일가스·오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신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LG화학은 2011년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KPI와 합작으로 에틸렌 84만t, 폴리에틸렌(PE) 80만t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석유원료인 나프타 대신 셰일가스 개발로 가격 경쟁력이 상승한 에탄가스 기반 생산 공정 갖추는 것이다.

오는 2019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2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사업을 시작해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을 2018년 중반부터 상업생산할 예정이다.

반면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셰일가스 도입을 보류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제품인 나프타가격에도 영향을 미치자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 계획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012년 당시부터 내부적으로 검토는 해왔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높을 경우 셰일가스를 기반해 만든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면서 “현재 유가가 워낙 많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셰일가스 사업이 수익이 나지 않거나 저유가로 인해 보류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도입 및 투자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에탄가스 기반의 사업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줄 수는 있지만 유가가 더이상 하락할 확률이 높지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LG화학과 롯데케미컬 역시 저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오히려 향후 셰일가스에 대한 국내 개발, 저장, 운송 기술의 발달로 경제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시장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판매업체인 E1은 도입선 다변화를 위해 미국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LPG를 2014년부터 2년간 연 18만t씩 도입하기로 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셰일가스 운송·서비스 업체인 카디널가스서비스에 총 800억원을 투자해 셰일가스 유통사업 진출을 확정했다. 

E1 관계자는 “셰일가스는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라며 “미국의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워낙 많고 관련 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장기적 시각으로 셰일가스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기원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전환연구센터 본부장은 “지금의 저유가 시대를 오히려 셰일가스 투자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며 “국내 석유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유가 역시 다시 올라가게 돼있어 장기적 시각으로 셰일가스 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본 위주의 투자를 우려하며 셰일가스에 대한 개발 및 운송 기술들을 갖춰나가며 준비할 것을 권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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