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잃어버린 20년' 쫓아가는 한국… 금융중개기능 강화해야"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5-01-04 14:34 수정일 2015-01-04 17:09 발행일 2015-01-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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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 보고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중개기능 복원과 자금조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김동환 한국금융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양국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비교와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취약하다”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실물경제 기반을 지탱함과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예금과 장기대출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만기변환에 기초한 금융중개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이 단기예금과 장기대출 모두 감소추세가 뚜렷하여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극도로 약화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은 만기변화, 정보생산, 지급결제시스템 안정화 등의 기능으로 구성된다.

한일은행 비교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은 만기변환을 통해 단기예금을 장기대출로 연결하고, 정보생산을 통해 담보가 부족한 서민,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들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장기대출, 신용대출, 중소기업대출이 증가해 예금도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생산에 기초한 금융중개기능의 경우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약화가 외견상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중소 중견기업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신용대출(담보대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담보 및 기업규모별 대출 모두에서 저하되고 있는 국내와 차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급결제시스템 안정화 측면에서도 일본이 한국보다 다소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요구불예금과 지급준비금, 가계예금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 업무 축소와 가계금융 업무 확대는 양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 두 업무는 은행 및 자본시장의 정보생산 기회를 줄여 금융 중개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에 주택담보대출이 80%를 상회할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고 한국도 가계대출의 6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에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양국 모두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었다.

한일 기업 자금조달 추이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저조한 것도 국내 금융중개기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직간접금융 모두에서 기업의 자금수요가 감소추세”라며 “특히 직접금융 조달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을 복원해 실물경제 기반을 지탱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기업 자금조달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