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닦은 친환경차, 정책지원 엑셀밟자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2-28 17:57 수정일 2014-12-28 17:57 발행일 2014-12-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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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하이브리드
현대차가 지난 16일 출시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모습.(현대차 제공)

친환경차는 보급보다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특히 부품업체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가 친환경차에 대한 정책 기반을 닦은 해였던만큼 내년부터는 체계적 정책 지원과 함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소비자에게 친환경차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가능성을 확인한 해로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시기였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실제로 전기차는 지난해 780대에서 올해 956대(2014년 10월 31일 기준)로 보급량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전기차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면서 전기차의 원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도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분위기라면서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내년에 전기차 3000대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뜬 구름을 잡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면서 “운행상의 실질적인 인센티브나 인프라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지속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지난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일본 도요타에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요타는 미라이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수소차 상용화에 나섰다.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경우 다른 친환경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편이다. 현대차는 최근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하이브리드차량에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과 경쟁하려면 지속적인 연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내년에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 전기모터와 석유엔진을 함께 사용한다)가 나올 예정인데 지원 기준이 아직 없다며 선진국의 지원 정책을 벤치마킹해 발빠르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또 친환경차 정책에서 보급보다는 기술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소차나 전기차의 경우 선진국 보다 앞선 성능이 나와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완성차 입장에서도 R&D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경우 우리나라도 세계 수준급 차를 만들 수 있는데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전기차의 경우 기술개발이 관건이다. 보급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같은 경우 자동차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일반기술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역시 같은 이유로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부품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내년 친환경차들의 본격적 기술 및 마케팅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부품업체들이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부품업체들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시장 변화에 자구적으로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영욱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그린카 PD는 “현대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의 성장이 마치 전체 자동차 산업의 발전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현대기아차의 발전을 명분으로 예산을 배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품업체들이 성장해야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도 커갈 수 있다”며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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