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틀렸소… 굿 바이! 미스터 오웰!"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29 18:53 수정일 2014-12-30 08:59 발행일 2014-12-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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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그리고 30년… <BR>'디스토피아'는 오지 않았다

 “굿 바이! 미스터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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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30년, 길었던 1년이었다. 모두들 안녕하신지. 전위 예술가 백남준이 “굿 모닝! 미스터 오웰!”로 세계를 놀라게 한 지 올해로 꼭 30년이 지났다.

“사기일 수 밖에 없는 예술”로 세계인의 생각의 물길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백남준은 1984년 벽두 세계를 연결한 생중계 ‘쇼’에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예견을 담은 소설 ‘1984’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굿 모닝 미스터 오웰’이 열어젖혔던 1984년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올해 50대의 문지방을 힘겹게 넘었다.

2014년은 지난 30년 동안 현 세대가 겪어 왔던 민주화운동, 베를린 장벽 붕괴, 외환위기 등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미니어처’ 규모로 줄여 놓은 해이기도 하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비롯해 한중FTA 협상 타결,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일본의 집단자위권 공식선언,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선언이 모두 올해 있었다.

세월호 사건은 30년 전에도 나왔을 법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표출’이라는 신문 기사 제목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중FTA 협상 타결은 한국의 경제지도를 완전히 다시 그릴 만한 ‘새뚝이’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다시 지정학적 지도의 설계자로 등장한 러시아, 패전 이후 아시아의 맏형 자리를 탈환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이는 일본,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흔들리던 ‘G1’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있는 미국. 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가 ‘흔들리는 세계의 축’에서 우려했던 미국의 위상은 최근 유가하락과 달러화 강세로 다시 올연히 서고 있는 형국이다. 

고대 그리스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가 ‘구름’에서 말한 “제우스를 몰아낸 혼돈”이 다시 제우스에게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를 쥐어줄 것인가. 이 혼돈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희망적인 소식. 최근 한 세계적인 싱크탱크는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가 올해 14위에서 2030년에는 프랑스, 캐나다를 제치고 8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3년 빠른 2025년이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올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수출의 4분의 1이다. ‘중국 편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시각을 다시 정치로 돌리는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향후 30년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지난 세대의 ‘경제’에서 다시 ‘정치’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확대되고 있는 유럽연합과 창립 70년만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유엔이 그 열쇠말들이다.

향후 중미 관계도 ‘세계의 공장’과 ‘세계의 자본’이라는 기존의 경제적인 구조에서 정치적 상호의존성이라는 새로운 틀에 맞춰 재구성될 전망이다. 물론 그 정치적 관계에서도 여전히 매스터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앞으로 30년 동안의 중동 산유국들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도 분석틀은 계량경제학이 아닌 국제정치학이다. 

1984년 이후 한 세대가 지나고 다시 한 세대가 시작된다. 다시 열리는 30년, 조지 오웰이 옳을지, 백남준이 옳을지는 물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남준이 말한대로 “미래는 지금”이라는 사실이다. 

그 ‘지금’은 레프 톨스토이가 썼듯 “시들어버린 감정을 비우고 신비와 미지의 무언가로 가득 찬 신선한 감정을 채우는” 미래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슬로우비디오’의 남자주인공 대사. “꽃이 피어서 봄이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 모두에게 사계절 내내 봄을 가져 오는 ‘너’가 존재하시압.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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